변환고리 재활용 체계 제시하며 폐플라스틱 활용한 도로포장 재료 개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산업진흥본부 유평준 박사 연구팀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면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에 대한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산업진흥본부 유평준 박사 연구팀(이하 KICT 연구팀)의 도로포장 재료 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단일색상에 국한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과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기존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문제점이었다. KICT 연구팀은 기존 리사이클링의 순환방식이 아닌 변환고리 체계를 통해 기존 문제점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다양한 도로포장 보강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폐플라스틱의 변환고리 재활용 체계로 이산화탄소 저감효과 가져와

KICT 연구팀에서 개발한 도로포장 재료는 유색 또는 혼합색 플라스틱을 활용한 것으로 기존의 재활용 체계와 다르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기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경우에는 무색이나 갈색 또는 녹색의 단일색상으로 분류된 열가소성 플라스틱을 닫힌고리(Closed loop recycling) 형태를 통해 섬유나 플라스틱 성형 마감재 등으로 재활용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의 문제는 환경오염의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KICT 연구팀에서 제시한 변환고리(Converted loop recycling) 형태는 기존의 재활용이 어려웠던 혼합색상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물론 이산화탄소의 저감 효과까지 가져왔다. “도로 인프라에 적용하여 기존 폐플라스틱 재활용에서 부딪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재활용시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하기를 바라는 바람이 개발의 스타팅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변환고리 형태가 완성되었고 변환고리에 대한 흐름도를 직접 만들어 이해를 높였습니다.” 도로포장 재료 기술개발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KICT 건설산업진흥본부 유평준 본부장이 설명한 변환고리 재활용 체계는 도로포장용 인공골재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도로포장용 인공골재 제조 기술은 환경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산업부산물인 바텀애쉬에 코팅재로 혼합색 PET 수지와 고분자, 경화제를 혼합하여 압출방식으로 인공골재를 제조하는 것으로 일정한 골재 입도로 기준 강도를 발현하도록 하였다. KICT 연구팀은 혼합 PET 플레이크가 녹는점이 260℃ 이상인 것에 착안하여 기존 콘크리트용 골재나 아스팔트 플랜트에서도 생산 가능한 것을 확인하였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도 마찬가지로 95% 이상이 골재인데 대부분 천연골재입니다. 이번 인공골재의 경우 천연골재를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아스팔트 포장 건설시의 천연골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구성 증진 및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구성능 개선한 KICT 연구팀 GFRA혼합물, 세계 최초 기술개발 성과 거둬

KICT 연구팀은 지난 2009년부터 아스팔트 포장보다 수명이 길고 내구성이 강한 친환경적인 아스팔트 기술을 개발해왔다. 특히, 재생 플라스틱을 이용한 ‘유리섬유 보강 아스팔트 혼합물(GFRA: Glass Fiber Reinforced Asphalt Concrete)’은 기존 아스팔트 도로포장 혼합물의 내구성능을 개선한 아스팔트 도로포장 재료로서 세계 최초 기술개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KICT 연구팀의 GFRA 혼합물은 재생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레진을 이용하여 다발성 유리섬유 또는 유리섬유의 생산 시 발생하는 섬유 파분에 코팅하여 아스팔트 표층용 보강 섬유로 제작하였다. “유리섬유를 생산하는 과정 중에 파분이 발생합니다. 즉 유리섬유 가루가 발생하는데 100% 버리는 것입니다. 이 가루를 플라스틱 레진으로 코팅해서 아스팔트 도로시공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사용시 보통 작은 사이즈가 0.075mm ~ 25mm사이즈까지 골재가 굉장히 다양하게 섞입니다. 보통 아스팔트 혼합물을 생산할 때 전체 중량의 한 1~2%정도의 석분이 들어갑니다. 석분이 반드시 들어가야지만 아스팔트가 벗겨지지 않습니다. 0.075mm 가장 작은 사이즈의 석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석분은 공정에 투입된 작업자의 인체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파분 가루대신 코팅된 유리섬유로 대체하여 환경친화적인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제작된 보강 섬유는 골재 형상으로 아스팔트 생산시 골재와 바인더 혼합 과정에서 적절하게 분산되어 아스팔트 혼합물내 3차원적으로 보강된다. 두루마리로 말아져 있는 로빙파이버(Roving Fiber)를 주욱 늘여서 겉에 플라스틱 레진으로 코팅을 한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인데 아스팔트 생산시 혼합온도인 170℃에서 겉 부분이 녹아야 한다. 겉의 코팅된 부분이 녹으며 안에 있는 글래스파이버가 확 퍼져 나오면서 골재와 골재 사이를 연결해주는 파핑이팩트(Popping Effect)를 통하여 아스팔트 바인더의 고온에서의 내구성을 개선한다.

재생 플라스틱 이용한 GFRA혼합물, 도로 포트홀 방지에 큰 역할

이러한 높은 내구성으로 KICT 연구팀의 GFRA 혼합물은 기존의 아스팔트 포장도로의 고질적인 문제인 포트홀 방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도로의 포트홀은 차량 안전운행을 저해하고 막대한 도로 유지보수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통계를 볼 때 우리나라 전국에 연간 사용하는 아스팔트의 양이 한 2천만톤 정도 됩니다. 비용으로 따지면 매년 2조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안타까운 것은 2000년대 이후 시공한 도로부터 도로에 구멍이 나는 포트홀 현상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스팔트 바인더의 품질이 낮다보니 끈적끈적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으로, 깨끗이 포장을 해도 1~2년이 지나면 도로가 파이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특수한 고분자를 사용한 개질아스팔트 콘크리트를 많이 사용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고분자 네트워크라고 해서 고분자 망상구조가 공기 중 탄소나 물에 있는 용존산소와 반응을 하며 산화가 빨리 이루어집니다. 학술적으로 고분자 네트워크가 끊어지는 시간은 500시간으로 초기 생산량은 좋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성능은 급격히 저하됩니다. 유리섬유 보강 아스팔트 혼합물의 경우 고분자로 개질할 필요 없이 매우 뛰어난 지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질아스팔트인 PSMA(Polymer modified Stone Mastic Asphalt)는 도로포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혼합물로 일반 검정의 아스팔트와 대비해 2배 정도 가격이 높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는 기본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KICT 연구팀의 GFRA 혼합물은 고분자 개질을 전혀 하지 않고 일반적인 아스팔트에 골재와 단순히 파이버만 넣은 것으로써, PSMA와 성능 비교실험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

최적함량 찾기 위한 수십만 번의 노력으로 큰 성과 이뤄

KICT 연구팀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도로포장 재료 개발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단순하게 어떠한 재료를 만들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스팔트 혼합물에 들어갔을 때 얼마만큼의 양을 첨가해야 하는지 최적함량을 찾아야 했고 학술적인 검증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아스팔트 혼합물에 최적함량을 넣어야 가장 큰 성능을 발휘합니다. 이 부분을 찾아내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최적함량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판 형태로 샘플을 만들어서 안에 물을 채워 48시간을 돌리기도 했고, 샘플 밑에 구멍을 만들어 시간이 흐른 뒤 처음 만들었던 형상을 유지하는지 알아보는 실험도 했습니다. 혼합물이 가지고 있는 탄성지수가 얼마인지를 알기 위해 하나하나 재현을 했고, 얼마나 긴 시간을 잘 견디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도로를 깔아서 트럭타이어가 수십만 번 왕복하는 가속 시험을 하며 검증을 했습니다.”

이러한 KICT 연구팀의 노력으로 개발된 기술들은 세계 여러 나라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도로에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국외 시공으로는 몽골 울란바트로 지역을 비롯한 2곳과 중국 1곳, 캄보디아 1곳에 KICT 연구팀의 도로포장 보강재가 깔려있다. 또한 국내에는 4곳의 일반국도에 시험 시공한 상태로, 특히 지난 2014년에 시공한 일반국도 38호선 도로는 KICT 연구팀에게 더욱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교통량도 많을 뿐더러 교차로 부근이라서 하중이 가장 많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도로가 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포장 재료에 관한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KICT 연구팀. 앞으로도 고성능의 아스팔트 혼합물 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선점하며 관련기술을 선도해 나아갈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