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는 요율 수준을 얼마로 해야 한다는 단기적인 관점을 넘어서 플라스틱 폐기물 전반을 다루는 정책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플라스틱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노력과 타협을 통하여 역할을 재분배하는 논의를 통하여 플라스틱의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 확대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요율 현실화와 제도개선 방안

 

플라스틱 시대의 역설: 환경 오염

1860년대 처음 등장한 플라스틱은 유리나 나무 등의 물질을 대체하면서 의학, 운송, 건설,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됐습니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플라스틱의 대량생산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1950년에 150만 톤에 불과하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20년에는 3.7억 톤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240배 증가한 것입니다.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에 이어 플라스틱 시대라고 불릴만한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문제는 가볍고, 쉽게 썩거나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큰 강점이 사람들의 부주의한 관리와 남용으로 지구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은 소각이나 매립할 경우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처리가 간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연 분해되기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플라스틱 고유 물질의 정당방위가 관철되지 않은 채 나오는 얘기입니다만 결국, 플라스틱 시대의 등장은 인류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는 반면 환경 오염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안겨주었습니다. 

 

플라스틱 발생량을 억제하기 위한 부담금 현실화는 필요한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2년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플라스틱과 관련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으로서 일부 언론에서는 ‘파리 기후협정 이후 가장 의미 있는 국제 환경협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고, 생산부터 처리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주기를 고려한 포괄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이어받아 국내에서도 전주기 탈 플라스틱 대책을 수립하여 일회용품 사용량 감량, 고품질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그리고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플라스틱 부담금 현실화 같은 정책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플라스틱 발생과 사용량을 억제하기 위한 플라스틱 부담금 제도는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몇 차례 변화를 통하여 2007년에 플라스틱 최종제품 생산자가 부담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제도를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과 2012년 부담금 요율 인상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제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10여 년이 넘도록 큰 변화 없이 제도가 이어져 오면서 부담금을 둘러싸고 실효성이나 현실성 등 다양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환경부의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부담금 제도는 초기 단계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는 실효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효과가 약해지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 간 처리, 회수 및 수거 비용은 상승하였지만, 부담금에서 이러한 부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라는 의견과 함께 ‘플라스틱 산업계 전반이 어려워지고 있어서 금액에 대한 인상은 현실적이지 않다’라는 상반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플라스틱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억제와 재활용 등 적정한 처리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지구적인 문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플라스틱 발생량을 억제하기 위한 부담금 제도는 의미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산업계 전반의 상황과 흐름을 고려해 볼 때 지금 당장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 요율을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현실적인 폐기물 분담금 요율 수준을 도출하더라도 그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상당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자의 비용 부담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이 가격에 반영되었을 때 비용의 소비자 전가까지 연결될 수 있는데, 이러한 파급 효과를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다 시각을 확대하여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2024년 한 해는 요율 수준을 얼마로 해야 한다는 단기적인 관점을 넘어서 플라스틱 폐기물 전반을 다루는 정책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플라스틱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노력과 타협을 통하여 역할을 재분배하는 논의를 통하여 플라스틱의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 확대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폐기물 부담금을 납부하는 기업에도 동기를 부여하고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방안에 대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플라스틱 부담금을 통해서 조성된 재원들이 플라스틱 산업계의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에 좀 더 많이 집중적으로 투자될 수 있는 그런 비전들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논의와 합의 과정을 통하여 2024년에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접근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