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 전동면에 위치한 지피엘(주)는 회전성형과 관련된 기계장비, 금형, 성형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1999년 설립 이래 지난 20년간 완구에서부터 놀이시설 부품 등의 중공성형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해 오고 있다.

지피엘은 처음부터 이들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주로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완구를 수입·유통하는 총판으로 시작했다. 완구 유통 사업을 해오던 김창현 대표는 문득 “우리는 왜 이렇게 못 만들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작은 의문은 결국 김창현 대표가 본격적으로 회전성형 업계에 발을 담그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1999년 김 대표는 완구제조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시작은 쉽지 않았다. 제품제조를 위한 회전성형과 관련된 자료나 기술들을 국내에서 찾기 어려웠다. 기술유출을 우려한 업체들을 만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회전성형은 금형을 회전시켜 제품을 성형하는 방식입니다. 주로 대형 중공제품 생산에 사용되지만, 사출이나 압출성형으로 재현이 어려운 제품 생산에 적합해 완구 제품 제작에 많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제가 사업을 시작할 당시 국내에 회전성형과 관련된 자료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기술 습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김창현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많은 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원서를 구입해 번역하면서 독학으로 회전성형에 대해 지식을 쌓아 갔다. 더불어 현장에서 체득한 기술은 소중한 자원이 되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현재 지피엘은 자체적인 제품 디자인은 물론, 회전성형기 제작, 회전성형기용 금형 디자인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태양광 산업, 새로운 도전

현재 지피엘의 주력상품은 놀이시설 제품이다. 우리가 흔히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미끄럼틀, 시소, 흔들 놀이기구 등과 같은 제품들이다. 이들 제품은 사출·압출 성형법으로 성형하기에는 까다로운 제품들이다. 크기가 크고, 섬세한 디자인, 강도 및 내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전성형법으로 주로 생산된다.

“놀이시설에서 많은 수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안정적인 상황으로 놀이시설만으로 사업을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측불가능한 경기상황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새로운 주력 사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것도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결국, 이 두 가지에 대한 답을 수상 태양광 산업 속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수상 태양광발전소는 좁은 영토에 적합한 태양광 발전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육상 태양광에 발생할 수 있는 산림훼손과 같은 환경파괴를 방지하는 한편, 낮은 댐이나 저수지 및 강 등 활용도가 낮은 수면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육상 설치 대비 약 10% 정도의 발전 효율성이 높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김창현 대표는 수상 태양광발전소에 사용되는 부력체에 주목했다. 물에 떠야되는 부력체를 생산하기에는 회전성형법이 가장 적합한 방식이었다. 지피엘의 ‘Sol-Ez-Block’은 수상 태양광발전을 위한 부력체로 총 5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듈과 통로, 부교, 트레이, 접안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면 움직임에 대한 부품간의 응력을 분산하는 힌지타입으로 설계돼 내구성을 높였다.

유지보수 및 관리도 편리하다. 독립형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지보수가 가능하며, 무게가 가벼워 작업이 용이해 시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적재가 용이한 디자인으로 물류비용 절감과 보관도 편리하다. 특히, 회전성형 공법의 장점을 잘 살린 제품이라고 김창현 대표는 설명했다.

“Sol-Ez-Block은 회전성형 공법을 활용해 일체형 구조, 부분별 두께 조절을 가능케 했습니다. 또한, 유연성·가공성·내화학성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제작했습니다. Sol-Ez-Block은 무독성으로 부식과 환경오염에 자유롭고 내기후성도 강해 계절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수많은 난관은 성장의 자양분으로

지피엘은 태양광 사업 이외에도 트럭용 루프박스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루프박스 설치로 연료절감, 주행 중 소음 감소와 적재 공간 확보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트럭에 설치가 가능한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더불어 회전성형법으로 제작된 공구함은 기존의 금속 재질로 된 공구함에 비해 내구성 및 강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김창현 대표는 앞으로 회전성형의 장점을 살린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창현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 왔다. 몇 번의 실패와 고비가 있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항상 해답을 찾아 왔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지피엘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업초기의 경험이 많이 도움 됐습니다. 당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축적된 기술은 지금의 지피엘이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었던 거죠. 지금은 고객이 어떤 요구를 하던 우리는 제품·금형설계에서부터 생산까지 가능합니다.”

더불어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어려운 시절 떠나지 않고 함께 자리를 지켜준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좌절하지 않고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