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현대 문명의 기초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환경문제로 비난을 받고 있는 해양 플라스틱의 문제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과연 한번 쓰고 버리는 값싼 패키징용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채소와 농산물을 현재와 같은 가격으로 우리가 이용할 수 있을까? 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또한 아침에 일어나서 집을 나서기 전 우리의 모든 행동 - 세면, 화장, 머리 손질, 패션 등 - 하나하나에 플라스틱이 관련되어 있음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플라스틱을 향하여 최근 대두되고 있는 ‘No use plastic’이라는 슬로건을 보면서 좀 더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찾고자 한다면 이 슬로건을 ‘Wise use plastic’이라는 말로 대처하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선, 플라스틱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부터 먼저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의 공유와 대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이미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한국 플라스틱 생산량은 중국, 미국을 이은 세계 3위에 이르고 있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이 순위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operational excellency’를 기초로 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 플라스틱 업계의 강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점은 ‘플라스틱 산업지도’ [그림1] 상에서 후방에 위치한 ‘원료공급 업계’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점이며, 한국 플라스틱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플라스틱 산업계의 또 다른 중요한 영역인 ‘컴파운딩 업계’와 ‘제품 생산업계’의 산업구조 고도화가 무엇보다도 요구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유하고 있는 ‘컴파운딩 업계’와 ‘제품 생산업계’의 제조 현장을 젊은 플라스틱 엔지니어들과 청년 구직자들이 선호할 수 있는 업무 환경으로 바꾸어, 고용 효과가 큰 매력 있는 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현재 플라스틱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화두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를 최근 J-리스크로 중요성이 대두된 소재·부품·장비 이슈로 정리해 보면 ‘소재’를 ‘부품’화 하는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더불어 이를 위한 인력 양성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현재 ‘나노, 바이오’로 치중되어 있는 화학 산업 관련 학과들의 교육 및 연구 분야를 화학 산업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플라스틱 관련 내용으로 일정부분 전환해 나갈 수 있도록 플라스틱 산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정부 및 학계에 그 필요성을 주장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석사와 박사 급 인력이 취업하여 연구 개발하는 컴파운딩 업계와 제품생산업계’가 청년 실업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플라스틱 산업계에서 추구해야 하는 방향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앞서 말한 한국 플라스틱 산업의 operational excellency와 본 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전단점도 측정 기술의 연관성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함으로 2회에 걸쳐 연재될 본고의 서론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의 제조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생산성 향상’과 ‘불량률 감소’이다. 어떤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속 공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연속공정을 위해서 소재 또는 반제품을 flow화 하는 방법은 유체, 분체를 흘리거나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서 공정 자체를 흐르게 하는 것이다.

이때 흐름과 변형에 관계되는 학문인 유변학적 지식은 필수 불가결한 지식이며, 이를 잘 활용하여 공정에 적용하는 것이 polymer processing의 요체이다. 특히 공정상의 흐름은 빠른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단유동’과 ‘신장유동’이 공정의 설계, 운용에 이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단유동과 신장유동이라는 다소 낯설은 전문용어가 나오는데 이를 간단히 소개하는 것으로 조금은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 가고자 한다. 유변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무와 셀룰로우즈 등 천연고분자가 이전의 생활 소재를 대체해나가면서 ‘man made polymer’인 플라스틱의 발명이 막 활성화되기 시작했던 1929년에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변학 분야의 학회 (Society of Rheology)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미국의 산업 전반에 걸친 놀라운 발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상용플라스틱의 폭발적인 생산과 이의 제품화에 발맞추어 중합단계의 조절, 제품의 Q.C 등에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점도 측정기들이 개발되어 각 산업분야에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폴리아마이드와 폴리에스터에 사용되는 intrinsic viscosity를 측정하기 위한 캐필러리 점도계 (capillary viscometer, ASTM D4603 ISO 1628), 고무의 점도를 측정하기 위한 무니 점도계 (Mooney viscometer, ASTM D1646, ISO 289) 등이 대표적이며 폴리에틸렌의 Q.C를 위해 이용된 용융지수 측정기 (MI, ASTM D1238, MFR/MVR ISO 1133)등도 산업현장에서 이용되어 왔다.

특히 전단박화 (shear thinning) 현상을 나타내는 고분자 용융체의 용융점도 측정을 위해 캐필러리 레오미터 (capillary rheometer, ASTM D4603, ISO1628; 점도를 측정하는 장비이나 capillary viscometer와 구별하기 위해 capillary rheometer의 용어를 이용하였음)의 출현은 공정관리나 제품 QC의 수준을 벗어나서 공정 기기를 설계하기 위한 설계 변수를 확보하는 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대표적인 전단점도 측정 설비로 자리 잡아 왔다.

플라스틱 산업이 더욱 발전하면서 다양한 컴파운드를 개발하여 이용하게 됨에 따라 보다 정밀한 측정값이 요구되고 고함량 필러가 함유된 복합소재의 점도 측정 등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점도함수 측정기의 개발이 요구되면서 산업계에서는 다양한 점도함수 측정설비를 이용해 왔으나, 현재에 이르러 실제로 이용되고 있는 점도측정 장비는 [그림 4]에 정리된 회전형 레오미터 (rotation type rheometer), 캐필러리 레오미터 (capillary type rheometer), 스크류 레오미터 (screw type rheometer) 등으로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다소 생소한 스크류 레오미터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고무 플라스틱 산업의 발전을 통해 이들 소재에 대한 단순한 점도뿐 아니라 다양한 유변학적 물질함수 (고무 플라스틱 소재는 분자량 분포를 갖게 되어 이들 흐름 물성은 정해진 한 값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함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들이 새롭게 정의되고 이용되고 있다. [그림 5]

점탄성을 대변하기 위한 ‘응력 완화 시간’과 구조에 따른 응력 완화시간 분포를 기술하기 위한 물성, 동적 실험에 의해 점성과 탄성을 대별할 수 있는 G’, G” 등이 대표적인 물성들이다.

앞서 간단히 언급한 대로 고속 (고전단속도, high shear rate)가 관련된 경우 점도 이외의 성질은 측정하기 매우 힘들기 때문에 이들 유변물성들은 비교적 낮은 전단속도 영역에서 측정된다. 반면에 다이 내부 유동 및 다이 토출 이후의 유동은 비교적 낮은 전단 속도 영역으로 운전되게 되어 압출 팽윤 (extrudate swell) 등 압출 불균일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한 유변물성으로 1차 법선응력 편차 (1st normal stress difference) 등의 함수가 이용되기도 한다.

이들 함수들은 기본적으로 온도의 함수이고, 전단속도와 압력의 함수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중 점도로 칭해지지만 실제로 전단점도와 신장점도는 실제 흐름을 기술할 수 있는 각각 유일한 물성으로 무엇보다도 정확한 측정이 요구된다. 다시 설명하자면 점도는 흐름을 기술하는 유일한 물성으로 이들 점도를 계산하기 위한 흐름을 viscometric flow로 칭하며 대표적인 유동형태인 전단유동, 압력유동, 유량이 ‘0’인 복합유동, 신장 유동 등이 교과서에 언급되고 있다. 

[그림 6] 은 이들 4가지 유동형태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 것으로 전단유동은 parallel plate, cone-and-plate, coutte device, bob-and-cup device등 다양한 기기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으나 원심력에 의한 물질의 배출 및 유동 불안정 현상으로 용액형태가 아닌 플라스틱 용융체의 점도측정에는 많은 제약이 있음도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Cox-Mertz 관계를 이용하기도 하나 이 또한 비교적 순수한 물질의 측정에 제한되고 있다.

고무플라스틱 산업의 핵심은 소재를 이용한 부품, 제품 제작이기에 이를 최적화하기 위한 설계는 캐필러리 레오미터를 이용하여 이루어져 왔다. 후에 언급한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캐필러리를 이용한 전단 점도 측정은 여전히 유효하고 필수 불가결한 측정 설비이다. 높은 전단속도에서 발생하는 발열에 기인하는 데이터의 부정확성과 컴파운드 제작에 빈번히 이용되는 고함량 필러 소재에 대해 전단점도 측정이 불가능하고, 러버 소재에 대해 재현성이 있는 점도 측정값을 얻을 수 없다는 단점은 산업 발달 과정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최근 단축압출기를 배치 형태로 운영하여 전단점도를 측정하는 측정기인 스크류 레오미터의 이용은 이러한 단점들을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어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비교적 간단한 권취형 신장점도 및 용융강도 측정기도 산업현장에서 빈번히 이용되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이러한 네 종류의 기본적인 점도 측정기를 이용하여 고무와 플라스틱의 용융 점도 측정 기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