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로봇의 역사와 발전 방향"

세계 최초의 로봇

 

모든 위대한 기술은 역사의 필연적 산물이다. 18세기 유럽이나 일본에서 유행한 자동기계 인형인 오토마타(automata)나 가라쿠리를 로봇의 원형이라고 보기도 한다. 1921년에는 체코의 카렐 차페크가 R.U.R.(Rossum’s Universal Robots)이라는 희곡을 발표하였는데, <강제노역>이라는 의미로 로봇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인류가 농업중심사회에서 도시공업사회로 변천하면서 인간의 노동을 경감하고 대체하는 기계가 필요해졌으며 이에 따라 자동화의 등장, 자동화의 아들인 로봇의 탄생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1950년 말 미국에서 발명가 조지 드볼(George Devol)과 기술자 조셉 엥겔버거(Joseph Engelberger)가 만나서 문학이나 영화 속의 로봇 개념을 현실적인 산업용 기기로 구체화시켰다<그림 1> (a). 세계 최초의 로봇회사인 유니메이션(Unimation)이 만들어지고 유니메이트(Unimate)라는 최초의 로봇 팔이 GM사의 자동차 라인에서 주조, 프레스, 용접을 하는데 도입된다<그림 1> (b). 1966년부터 1972년까지 스탠포드연구소(SRI)에서 개발된 Shakey는 센서로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 주행하는 이동 로봇(또는 모바일 로봇)의 시초였다<그림 1> (c).

바다를 건너는 로봇기술

미국에서 비롯된 로봇 팔 기술은 1968년부터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에서 면허 생산되면서 바다를 건넌다 <그림 2> (a)). 1970년대에는 미국, 일본은 물론 유럽의 자동차 회사에서 로봇개발에 관심을 가져서 스웨덴의 ABB사, 독일의 KUKA사 등이 로봇을 개발한다. 처음에는 유압식 동력으로 움직이던 로봇은 1970년대를 거치면서 제어가 편리한 전동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1980년 대에는 일본의 자동차 수출과 전자입국에 힘입어서 로봇의 판매 확대는 물론 제어성능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된다. 화낙(FANUC), 야스카와전기(YEC), 덴소(DENSO) 등, 일본의 많은 로봇회사들이 세계 로봇기술의 우위를 점하면서 “로봇은 일본이 최고”라는 인식을 넓혀간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이르러 학계에서 로봇 연구가 시작되었고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에서 로봇 개발과 현장 적용이 이루어졌다.

휴머노이드의 등장 & 한국의 로봇 개발

 

일본은 산업용 로봇을 양산하는 한편, 자동차 회사인 혼다에서는 1986년부터 비밀리에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을 개발하다가 2000년에 아시모<그림 2> (b))를 발표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2011년에 발표된 아시모는 키 130cm, 몸무게 48kg, 57자유도(머리 3축, 팔 7축×2개, 손 13축×2개, 몸통 2축, 다리 6축×2개)의 사양으로 개발되어 보행 시속 2.7km, 주행 시속 9km를 발휘하였다. 일본의 아시모 개발에 자극을 받아 2004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키 120cm, 체중 55kg의 휴보(KHR-3 모델)를 개발하였다.

1990년대에는 로봇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서비스 로봇의 연구가 활발해진다. 이 시기에 한국은 자동차의 대미 수출 등에 힘입어 로봇 활용이 늘어났고 대우중공업, 삼성전자 등의 대기업이 로봇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군사용 로봇과 로봇청소기로 유명해진 아이로봇(iRobot),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를 사업화하는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등의 전문 서비스 로봇 회사들이 창업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로봇청소기가 국내외로 제품화되고, 한국에서는 로봇 특별법이 제정되어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2008년에 덴마크의 Universal Robots사에서 EU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산물로 협동로봇을 사업화하였고, 2015년에는 국내에서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의 협동로봇 제조사들이 등장하였다<그림 3>.

협동 로봇, 소형 로봇의 등장

협동 로봇은 산업용 로봇의 일종이다. 그러나 로봇과 작업자가 안전 펜스 없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로봇의 경로, 속도, 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안전을 보장한다.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어서 로봇 티칭(teaching)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공장을 완전 자동화하는 것보다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 속에서 협동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비용,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발상인 것이다.

최근에는 <그림 4>와 같이 무게 4kg에 팔을 A4 크기로 뻗을 수 있고 제어기도 내장된 소형 로봇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작업물이 가볍다면 큰 로봇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로봇이 작아지면 여러 대의 로봇을 고밀도로 배치하기도 쉽다.

 

특화된 로봇: 병렬 링크 로봇과 웨어러블 로봇

 

로봇 팔 중에는 구조가 특화되어 고속으로 컨베이어를 흘러가는 식품, 제약품 등을 픽 앤 플레이스 (Pick & Place)하는 병렬 로봇이 있는데 최근에는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그림 5>. 고속으로 왕복 운동을 해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카메라와 결합하면 미리 영상처리를 해서 무질서하게 흘러가는 작은 부품도 빠르게 흡착하여 원하는 상자 안에 정확히 넣을 수 있다.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외골격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도 진화하고 있다<그림 6>. 이전에는 웨어러블(착용)이라기보다 탑승 로봇이라 불릴 만큼 로봇이 크고 무거웠다. 그러나 2010년 중반부터 로봇의 기구부와 제어부가 크게 개선되어 착용성과 안전성이 좋고 착용자의 동작 의도를 감지하는 시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팔이나 허리 등을 지지해주어 작업 부담을 줄여주는 기술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산업용 이외에도 척수손상 장애인의 보행이나 군인의 중량물 수송을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로봇 팔과 AGV의 조합

최근에는 로봇 팔과 이동로봇(또는 모바일 로봇)을 조합하여 시스템 활용도와 성능을 올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림 7>과 같이 이동로봇과 자율주행을 결합한 AGV(Automatic Guided Vehicle, 무인 운반차) 위에 로봇 팔을 얹어서 물류창고를 자동화하려는 시도이다. AGV 위에 로봇 팔을 얹으면 작업물의 운반뿐 아니라 선반/창고에 작업물을 로딩/언로딩 할 수 있어서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로봇 팔이 작업물을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의 확보가 관건이다. 종전의 AGV에는 바닥에 그은 선을 따라가는 방식, 바닥아래에 전선을 매설하고 따라가는 전자유도 방식 등이 있다. 근년에는 바닥이나 천정에 보다 정교한 표식(랜드마크)를 붙여서 따라가거나, 레이저 스캐너 등을 사용하여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지도를 만들거나 장애물을 피해가는 자율주행방식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양팔 로봇과 AI 로봇

 

<그림 8> (a), (b), (c)는 카메라 등의 센서로 작업물을 인식하고 양팔 양손으로 작업하는 로봇이다. 작업물을 핸들링 할 때 주변장치의 도움을 받는 단팔 로봇에 비해 양팔로봇은 보다 독립적이고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다. <그림 9>에서는 사람이 매스터 장치(Master Device)와 가상현실 화면을 이용하여 양팔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매스터-슬레이브 방식의 양팔 로봇이다. 최근에는 AI 기술의 일종인 심층학습(딥 러닝, Deep Learning)을 이용하여 로봇에게 작업을 반복적으로 학습시킨 후 새로운 대상물을 조작할 수 있는 AI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과 휴머노이드가 협동 작업하는 광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끝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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