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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면서부터 남녀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갖고 태어난다. 물론 같은 성(性)이라도 음성의 높낮이나 음폭 등 음색이 다른 것은 당연하겠지만, 남자이면서 여자처럼 목소리가 난다든지, 혹은 거칠고 낮은 소리가 나는 여자의 경우는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며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일쑤다.

여기에는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는 경련성 발성장애도 사회생활에 상처받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전에는 만족할만한 치료법이 없어 숙명으로 알아야 했다.

그러나 최근 음성의학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평생 감내하며 살아야만 했던 병적인 음성장애도 발성 성형술 및 신경이식술을 통해 웬만큼 교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실제로는 이같은 방법을 통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수술 예후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한 바 있다.

목소리도 성형한다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발성 성형술은 목소리의 높낮이가 병적으로 이상한 경우(변성 발성장애)에 적용되는 것이다.

예컨대 남자인데도 음성이 여자 목소리같이 가늘고 높을 경우 ‘아담의 사과’라 불리는 갑상연골(목 중간에 튀어나온 부분)을 성형하는 것이다.

즉 성대를 감싸고 있는 부위인 갑상연골의 일부를 잘라내어 성대의 긴장도를 느슨하게 낮춤으로써 굵은 남자 목소리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팽팽한 기타줄을 약간 풀어 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반대로 목소리가 남자처럼 굵고 낮은 여성은 성대를 팽팽하게 당겨 주는 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의는 갑상선 연골 성형술은 간단한 국소 마취 아래 가능하며, 지금까지의 시술 예를 보더라도 예후는 아주 좋았다고 덧붙인다.

전문의는 이와 관련, 평상시 발성 때 기본주파수가 여자에 가까웠던 정모씨(33)의 경우 갑상 연골의 중간부분을 5mm정도 적출, 양쪽을 다시 결합하는 시술로 수술 2개월만에 정상적인 남자의 목소리를 되찾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발성 성형술로 정상적인 목소리를 더 좋게, 이를테면 엘리지의 여왕인 가수 이미자나 유명 성악가와 같은 목소리를 만들어내기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의학이 더 발전하게 되면 혹 가능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변성발성 장애는 아직까지 그 원인이 밝혀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변성기 때 성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후두의 발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상증상으로 성대의 움직임은 정상이나 성대의 두께가 얇거나 길이가 짧고 긴장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가 돼 있다.

떨리는 음성도 수술로 해결

한편 고민거리가 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목소리 가운데는 음성의 고저(高低)와 관계있는 변성발성장애 말고도 경련성 발성 장애라는 것이 있다. 한마디로 이승만박사와 같이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경우이다.

이같은 경련성 발성 장애는 성대로 가는 신경에 이상이 생겨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성대가 계속 떨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목소리의 경우 뿐만이 아니라 눈꺼풀 경련, 목 근육 경련, 글을 쓰고자 할 때만 나타나는 손떨림 등도 해당된다.

전문의에 따르면 경련성 장애는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생기는 일종의 신경계 질환이기 때문에 발생 부위가 어디이든 신경과와의 협진이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경련성 발성장애가 질환으로 인식되기는 100여년이 조금 넘는 정도이다. 물론 문헌에 기록된 시점을 말하는 것이지만, 근래에 와서도 별다른 대책없이 정신과적인 치료가 주요 대처 방법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심리적인 기법에 근간을 둔 언어치료와 후두 신경 절단술 등이 적용되고 있지만, 이역시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의는 후두신경 절단술은 신경을 끊어 주어 큰 효과를 보이기는 하지만 성대의 한쪽이 마비되기 때문에 이상적인 치료법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이른바 ‘선택적 성대 신경 절단술 및 신경 이식술’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성대 근육으로 가는 신경의 분지(分枝)만을 선택적으로 절단하고 다른 근육의 정상 신경과 다시 이어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절단한 신경을 타근육의 정상 신경과 이어 주는 까닭은 경련을 일으키는 근육의 신경을 잘랐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다시 자라나 떨림이 재발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의가 주안점을 두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80년대 초반 카펜터라는 의사가 개발한 선택적 신경 절단술이 장기적 증상 재발을 막는 데 부족함이었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수술 방법들 또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7cm 정도의 피부 절개와 고도의 숙련된 수술 기술을 요한다는 것이다.

장기간의 추적 · 조사가 필요

전문의에 따르면 김모씨의 경우 당초 떨림현상이 4.5%의 진폭 변화를 보였는데, 이 수술을 받고 난 12개월 후에는 정상인의 진폭(1%) 범위 내에 들어갔으며 증상의 재발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임상 예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례에서 장기간의 추적 ·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다.

한편 경련성 발성장애에 대한 수술적인 처리 외에 새로운 약물치료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원인 독소인 보툴리눔을 주사바늘을 이용해 성대근육의 경련 부위에 주입하는 것으로서, 현재 미국의 여러 병원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며 증상의 호전율도 90% 이상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바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