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병명은 곧 “당신이 혼자서 신경 쓰지 않도록 하여 스스로 치료 하세요”라는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 하는 것이 아닌가? 위염같은데 위염도 아니고, 위암 같은데 위암도 아니고, 궤양 같은데 궤양도 아니고, 뭐뭐 같은데 아무런 무엇도 아니고, 거참 이런 병은 진단도 하기 어렵고 치료도 하기 어렵다.

이때 진짜 편한 방법으로 진단을 내린다. 바로 병명이다.  사실 현대인들은 매우 많은 심적 고통과 견디기 어려울 만큼 정신적 압박을 견디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필자도 예외는 아니라 생각된다. 책 쓰랴  운동하랴, 연구실에서 연구하랴, 사업하랴, 어찌 필자만큼 정신적 압박이 많은 사람 있을까?

어쩌면 인류가 지구에 존재하는 역사 속에서 가장 불쌍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곧 현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옛날 먹을 것이 없었던 시대에는 그리 속을 끓이면서 살았던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먹는 것 만으로 인생살이를 해결하는 시대가 아닌 만큼 갖가지 신경을 쓰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그래서 사람의 머리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세밀한 계산을 해야 하는 두뇌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소화계통은 점점 더 허약한 기관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급하게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섬유질이 많은 음식들을 섭취하고 자연에서 섭취한 음식들로 배를 채우던 시대, 그때에는 소화기관이 매우 강력한 건강상태를 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서 우리들은 그 식생활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급하게 업무를 처리하다가 커피 한잔, 그리고 토스트와 라면 등이 곧 일상 섭취음식으로 변해 버렸다.

이런 음식들은 소화기관이 그리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쉽게 소화가 되어 버리는 음식들이다. 독자들이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한 번 더 이 글을 읽는 것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이런 음식들이 어째서 소화가 잘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음식들은 소화기관이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필요한 만큼의 영양소를 흡수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체는 필요한 만큼의 영양을 흡수하고 나면 나머지는 곧 배설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과잉 축적된 영양으로 비만과 성인병을 만들어 내고 배설기관조차 허약해져 버린다. 그것은 곧 자연에서 벗어나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위적 음식들을 섭취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산 속에서 자연의 열매를 먹고 농촌에서 푸성귀와 된장찌개를 끓여 먹으면서 사는데 소화불량과 각종 소화기계 질병을 앓게 될까?

세상살이 모든 이치가 과하게 얻으면 병이 생기는 법이다. 돈도 지나치게 많아 쓸데가 없으면 사람은 멍청이가 되고 세상의 재미를 잃게 되는 법이다. 모든 것은 적당하게 있고 적당하게 쓰는 지혜가 곧 행복을 만들어 내는 도리임을 깨닫는 것도 행복의 한 방법이라 하겠다.

음식의 섭취도 곧 이와 같고 질병도 곧 이런 이치를 벗어나 발생하는 것이다.

과한 음식의 섭취가 성인병을 만들고 비만과 함께 갖가지 질병을 유발한다. 지나친 영양의 섭취가 만들어 내는 질병은 매우 많지만 소화기관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주요한 조건이 된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연 신경성 소화장애라 표현하는 질병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필자는 “신경성”이란 단어를 앞에 붙여 질병을 말하는 것에 매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신경을 많이 써서 발생한 질병일 뿐 다른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신경을 많이 쓰면 인체의 어느 기관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고 그 발생한 문제가 곧 질병으로 나타났을 것이란 의미이다. 인체의 어떤 기관도 문제가 없는데 신경을 쓰기 때문에 질병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잠시간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식사를 못하게 하고 갖가지 비정상적 이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사랑하던 애인이 편지 한 장 달랑 보내왔는데 헤어지자 하는 거다. 까무러칠 일이 아닌가?

 

불면과 함께 소변에도
이상이 발생한다

상상도 못했고 결혼의 꿈과 행복을 그리는 미래가 산산조각 나고, 온몸의 힘이 쭉 빠진다. 믿을 수가 없어서 다시보고 다시 봐도 역시 헤어지자는 굳은 결심으로 보내온 편지다.

이런 상황에서 밥을 퍼먹고 잠을 자고 키키덕 거리면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고통스럽고 속이 메스꺼운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신경성”이라 표현한다면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겠다.

하지만 이런 시간이 한 달 가고 두 달 가면서 온몸은 뼈를 드러내고 식사는 아예 죽지 못해 몇 술 뜨는 정도가 된다. 변비가 생기고 두통이 발생한다.

불면과 함께 소변에도 이상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진단을 받으려 하니 특별히 나빠진 장기의 병적 조건이 없다. 그래서 이를 두고 “신경성”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이 편하게 된 거라 이거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경우를 두고 분명 신경성 질환이라 해서는 아니 된다고 주장한다.

병리적 조건이 없어서 진단을 내리지 못해도 이는 분명 증상을 보아 질병으로 간주하고 그에 상응한 치료를 하는 것이 옳다.

자고로 현명한 의사는 병의 진행을 가려 앞을 보고 치료 하는 것이라 했다. 신경성 소화불량은 곧 신경을 많이 써서 발생한 소화기관의 약화등 다른 원인이 분명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신경성 위염이라고 병명하거나 신경성 소화장애, 혹은 기능성 소화불량 등등으로 표현하는 질병으로 진단은 어떻게 할까?

환자가 소화불량 복통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를  12개월 동안 적어도 12주 이상 증상이 수반되고 각종 검사를 해도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만한 위염. 궤양, 담석증, 위암등의 어떤 조건을 찾아내지 못했을 때 내리는 진단명이다. 현대의학에서 위장병환자의 반절 이상이 이에 속한다고 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병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보고하는 문헌들은 대체로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다만 “유문십이지장 운동장애(pyloroduodenal dysmotility)”라고 설명을 하여 십이지장의 내용물의 역류가 위로 올라와 소화불량을 일으킨다고 하며, 과민성 대장증후군 때문이라 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우울증등의 감정적인 요인과 술 담배가 그 원인이라 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원인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그 특징이 원인을 모른다는 말과 같다. 그저 역류가 원인이라 한다.

역류의 원인이 무엇인가 밝혀야 할텐데 그 원인을 모르니 역류가 원인이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학을 연구하는 의학자들에게는 매우 고통스런 숙제가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이미 이것을 분명하게 규명하고 있다.

 

근본 잡는 拔本(발본)根治(근치)를
잊어서는 아니 된다

곧 七情內傷(칠정내상)으로 中氣(중기)損傷(손상)이 그 원인이라 한다. 얼마나 편리한가?

일곱 가지 정신적 자극과 정서가 곧 中焦(중초)의 氣(기)를 손상시킨 원인이라 표현하면 끝난다. 이렇게 설명을 해도 치료는 가능하다. 왜냐면 한의학의 모든 치법은 곧 이렇게 진단된 원인에 따라 설정된 기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진단만 내려지면 치료법이 그에 맞게 만들어져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의학을 연구하는 수많은 학자나 전문 의료 종사자들이 그에 맞는 약을 쓰고 침이나 뜸을 이용한 치료를 시행한다. 그런데 그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원인을 증상을 잡는데 쉽게 빠져드는 약재의 선택이 문제라 본다. 이 경우는 그 근본을 잡는 拔本(발본)根治(근치)를 잊어서는 아니 된다. 다시 말해 정신적 자극과 생활의 환경을 살펴 그 원인을 다스리고 이미 손상된 腦部(뇌부)를 살펴야 한다.

뇌의 습관된 소화장애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저지 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사람의 腦(뇌)는 생활환경과 갖가지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력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정보를 인체의 각 기관에 전달하고 악조건과 환경에서도 생명을 유지하게 한다.

그래서 고산지대에서 산소가 부족해도 며칠만 지나면 적응을 하게하고, 추운 지방에서도 그렇게 한다. 정신적 자극을 심하게 받는 사람들에게 지나친 음식의 섭취는 곧 인체를 상하게 한다고 뇌는 판단한다. 결국 음식의 거부를 하게하며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어체재를 가동한다.

그것을 곧 위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에 거부신호를 보내고 음식 섭취를 방해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곧 습관화되고 이것이 곧 정상적 상태로 설정되어 유지한다고 믿는다. 결국 이런 결과로 긴 시간 동안 소화장애로 시달리게 된다고 본다.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필자가 연구한 처방은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수많은 환자들이 거의 치료의 효과를 인정하였다.

 

詣光中氣承擧湯
(예광중기승거탕)

<방약> 원지 500g, 산조인300g, 황기 300g, 창출300g, 치자200g, 진피200g 을 깨끗하게 처리한 후 큰 약탕기에 넣어 30팩이 되도록 다린다.

<용법> 1일 3회 따뜻하게 복용 한다.
 

<방해> 이 처방을 보고 그야말로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할만하다.

무슨 약재가 500g이나 쓰고 고작 6가지 약재에 중량이 그리 많은가? 약은 약이어야 그 효과가 있는 법이다. 한약차를 다리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쓰는 약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사용하고 연구한 모든 처방들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약을 약으로 쓰기 위해서 연구된 것이기 때문이다.

잔소리는 다시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우선 군약을 원지로 설정한 것에 대해 설명을 하자. 원지는 심장과 신장 2경으로 귀경을 하는 약이다.

위장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이는 약을 왜 하필이면 군약으로 쓰고 있는 것일까?

바로 신경성?이란 양의학적 병명 때문이다. 한의학적인 측면에서는 칠정내상의 어루만짐을 곧 이 원지가 담당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원지는 타들어 가는 심장을 편케 하고 담을 없앤다.

경계, 건망, 해수를 치료하는 좋은 약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 처방에서는 소화장애를 치료하는 군약으로 자리를 잡았다. 신약으로 산조인이 원지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조하고 있다.

심장과 간, 담과 비장 4경으로 두루 달리는 산조인은 맛과 성질이 평탄하지만 鎭靜(진정)작용과 심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불면증에 자주 사용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의 음혈을 보하고 간장의 혈을 보하며 가슴을 편하게 하는 약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군신의 약이 모두 정심(定心) 안정(安靜) 작용을 하는 약으로만 구성되었으니 이를 두고 소화기 장애를 치료하는 약으로 보기 어렵다 하겠다. 하지만 이 처방이 곧 신기묘방이다. 이를 보조하는 좌사의 약이 곧 황기와 창출이다.

황기와 창출은 설명을 줄이기로 하겠다. 즉시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을만한 부분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웬 치자를? 치자는 심장과 폐, 위 3경으로 귀경을 하고, 약성이 차고 해열작용을 하는 약으로 사용된다.

더구나 소화장애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인다. 상초번열로 인한 실면과 흉민, 이뇨작용이 치자의 중요한 약리작용이다.

그런데 이 치자가 곧 이 처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칠정으로 기결(氣結)된 병리는 곧 풀어내는데 그 열쇠가 있다. 바로 이 치자는 중초의 기결습담을 풀어 하기 시키는 중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 처방은 한의학의 진수를 보이는 재미있고 기묘한 효과를 가져 오는 “신기묘방”이 틀림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글을 통해 최선을 다해 답변을 하기로 하자. 한해도 저물어 간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이 같이하기를 빌어본다.

 

                                        

 글ㅣ이기영
 중국 한양중서의종합병원장(현)
 저서 :‘13억을 경영하라’,‘맨손의 경영학’,
‘중국 그리고 중국인’, ‘훈수’
 연구논문 :‘만성 위축성위염에 관한 위복령충제의 치료효과에 관한 임상연구’,‘헬리코박터 간균에 의한 위염 중의학 치료에 관한 임상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