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_관절염"
장마가 한창이다. 하루 이틀이 멀다하고 비가 내리고 온통 눅눅한 기운이다. 이럴 때쯤 여지없이 한의원에는 무릎이 무겁고 아픈 어르신들로 가득하다.저기압으로 비가 오고, 공기중의 습도가 높아지면 우리 몸의 기혈흐름은 원활치 않게 되고, 통증은 배가 된다. 그래서 옛 의서에도 不通卽通(불통즉통: 통하지 않으면 곧 아프다)라고 했나보다.
물론 어르신들에게 아픈 무릎은 날씨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조금만 걸을라치면, 계단만 오르내리면 이 무릎이 말썽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뻑뻑하고 아프다가 조금 걸으면 부드러워지다가도 좀 무리다 싶으면 붓고 아파오기 시작한다.
젊은 시절 열심히 살아오신 증거라고 어리신들을 위로하지만, 이제 조금 몸 편히 살아보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은 서운하기 짝이 없다.
이럴 때면 사람에게 마음대로 거동할 수 없는 상황은 정말 견디기 힘든 것임을 재삼 느끼게 된다.
한국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퇴행성 질환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 그 중에서도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이다. 퇴행성관절염이란, 주지하듯이 관절이 낡아서 오는 질환이다.
연골이 재생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닳고 마모되면 염증이 발생하고, 더 빠른 속도로 연골은 닳게 되는 악순환이 일게 된다.
 이런 퇴행성관절염은 엑스레이를 통해 곧잘 확인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관절의 인대나 힘줄에 먼저 염증이 생기거나 연골의 퇴행이 심하지 않으면 흔히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진통제 처방을 하게 되지만, 점점 심해져 관절에 변형이 오기 시작하면 진통제 처방만으로는 증상개선을 바라기 힘들어진다.
한의학에서 관절염은 비증(痺症)의 범주로 이해한다. 특히 퇴행성관절염은 우리 몸의 기혈이 약해지고, 풍한(風寒)의 나쁜 기운이 침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치료 역시 증상에 맞추어 약해진 기혈을 보강해주고, 풍한을 내몰아주는 약재를 사용한다. 계지, 창출, 두충, 우슬, 의이인 등이 대표적인 약재이다.
최근 들어서는 봉약침의 효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널리 알려졌지만, 벌의 독에는 멜리틴을 비롯한 소염 진통 효과가 월등한 물질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뿐만아니라, 벌의 독소가 가지고 있는 면역증강효과를 이용하면, 만성적인 염증에도 좋은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 역시 진료실에서 봉약침을 이용해 만성적인 퇴행성관절염의 착효를 본 사례가 여럿 있다.
사례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10~15회 정도의 시술이면 통증의 제어가 가능하고, 기간을 두고 2~3번 시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이것만은 아니다. 대퇴부와 종아리의 약해진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훈련이 병행되어야 하며, 꾸준한 온냉찜질 등도 도움이 된다.
특히 퇴행성관절염이 진행되면, 관절 안에 염증과 통증을 유발시키는 물질들이 쉽게 생기는데, 운동이 부족할 시 이 물질들이 잘 제거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증이 재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은 필수이다.
퇴행성 질환에는 완치의 개념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수 십 년 살아온 생활습관이 가져다준 질병이 몇 번의 시술로 다 나을 것이라 장담한다면, 그건 오만이다. 하지만, 의료인의 적절한 지도와 본인의 노력이 병행되면, 얼마든지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 역시 그럴 것이다. 이제 어르신들의 힘차게 걷고 뛰는 세상을 바래본다.
글 : 김계삼 한의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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