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기자의 발 닿는 데로"
덕유산을 지나 거창가는 국도. 온통 곶감 천지다. 넉넉한 햇살 받고 먹음직스런 곶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동행한 경남매일 최경인 기자가 말하길 “바로 저곳이 한국 최고 곶감 주산지 오현마을 임니더”라고 말한다.
(1).jpg)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쏘냐? 버스에서 내려 바로 관광경제신문 기사 한꼭지 쓰기 위해 작업 들어가노라. “오현마을은 조선 영조 말, 거창 신씨가 들어와서 정주하면서 마을 이름을 머구재라고 부르게 되었다 캄니더”
옛지명 머구재부터 약성(藥性) 내음이 풀풀 난다. 머구는 머위 사투리이다.
이놈은 “앗! 눈과 입이 비뚤어졌어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증상 구안와사에 효능이 있다. 어디 보자, 오현마을에 오동나무 오(梧)자가 들어 있구먼? 이 나무 또한 약성 칠갑!
음낭이 붓고 열이 날 때 요긴하다. 오동나무 껍질을 적당한 농도로 달여 따스한 약물로 음낭을 하루에 여러 번 씻으면 대낄(最高)이다.
또 미역국을 먹고 체하면 오동잎이나 껍질을 다려 먹었고, 살충제가 없었던 옛날에는 화장실의 구더기 구제에 오동잎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열매는 해열과 염증 제거에 쓰였다.
마을에 당도하니 마을 농가마다 곶감들이 주렁주렁. 주홍 빛깔과 탐스러운 모양이 저절로 군침이 돌게 만든다.이 마을 최고 통치자 거창 신씨 신서성 이장님을 만났다.
-오현마을이 왜 곶감 명당인가요?
“딱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마을엔 그 뭐시기냐? 정훈희 노래 <안개> 있죠, 그 안개가 안 낍니다.
서리도 늦게 오고 감이 안 업니다. 왜, 오현 곶감이 지기느냐? 우리 마을이 워낙 청정지역인데다, 해발이 높다 아임니커, 이 좋은 환경 속에 자연 건조로 곶감을 만드니, 마, 질 좋을 수밖에요.
소비자들이 이구동성, 상품성 좋다 카먼서 그렇게 선호하능 거 아입니커. 오현 곶감 우째 만드느냐? 찬이슬이 맺혀 감이 물렁해지는 한로(寒露)무렵, 감을 따, 무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부터 곶감을 말리기 시작함니더.
이때 깎아낸 곶감들을 서하면 서늘한 산바람에 달포쯤 말리면 허허허, 당분이 하얗게 피어 나오는 저렇게 마, 먹음직스러운 상품(上品) 곶감이 안 되능교”
.jpg) -이장님, 오현마을 곶감 명인(名人) 중 최고령자는 누구인가요?
“신종열(83) 김복향(79) 부부임니더. (귓속말로) 아무래도 할매가 만든 곶감이 경륜도 있고 해서 더 맛이 안나겠능교, 나는 마,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한다 마, 이장 자리 내 놔라해도 어쩔수 없능기라, 가 봅시더 ,오현마을 천하일미 할배할매집으로!”
두 노인 댁으로 가는 길에 정자문화의 산실 아니라 할까봐, 운취 감도는 청오정(靑梧亭)이 있다. 그 옆에 600년 잡순 느티나무가 마을을 수호하고 계신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조선 성종의 명(命)에 따라 노사신 등이 편찬한 우리나라의 지리서)에 따르면 함양 대봉 곶감, 주상전하(임금님)만 잡쉈다 카던데?
박규섭 곶감 작목반장의 말이다.
“대봉은 감 중에서 가장 크고 풍미가 있지예. 워낙 몸이 크다보니 곶감 만들기 어렵고 시간이 배로 걸림니더 그래서 비싸지예. 오현마을 주상품은 고종시 곶감인데 빛깔이 뛰어나게 곱심니더“
이윽고 김복향 할매집에 도착했다. 탐스럽게 메주가 익어가고 무청 시래기가 햇볕을 받아 잘 말라가고 있다. 할매 덕장을 훑어보니 (각하만 드셨다는) 대봉곶감이 보였다.
글쎄, 손이 저절로, 대봉이 쪽으로 다가가더라고. 이 모습을 지켜본 할매가 팔품행보살처럼 엣따, 하나 묵어봐라 하며 대봉 한알을 선사한다.
오메! 어째야 쓸까나? 대봉이 때문에 사르르 혀가 녹는구나.
감식초는 비타민 C 함유
혈관을 튼실하게 해준다
이번참에 곶감 명인 김복향 할매로부터 감식초, 병과, 곶감죽 만드는 법이나 알아둬야 겠다.
“뭐 짜다리(별스럽게) 비법같은 것 없다. 잘 익은 감을 따 가지고 유약처리 안된 항아리에 담구몬 된다.
한 5개월 발효시킨 후 감 찌꺼기를 짜내 체로 거른 것을 깨끗한 항아리에 넣어 7개월 정도 숙성시키몬 되능기라”
감식초는 비티민 C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 비타민 C는 교원질(collagen)이라는 섬유 단백질을 합성. 혈관을 튼실하게 해줌으로써 고혈압 등 혈관계통 질병과 심장병 등 순환기 계통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곶감 병과(餠果)는
이렇게 만든다
재료
멥쌀 5컵,소금 1큰술, 꿀 4큰술, 흑설탕 1/2컵, 물 1/2컵, 깐 밤 1컵, 대추 1컵, 곶감 10개,귤껍질 2개 분량, 흰설탕 1컵.
만드는 방법
1. 쌀은 깨끗이 씻어 3시간 정도 물에 불려 건져서 물기를 걷우고 소금을 넣어 곱게 빻아 체에 내려, 꿀과 흑설탕을 넣고 물 1/2컵을 뿌려준다. 그리고 가루를 고루 섞어주고 다시한번 체에 내려준다.
2. 냄비에 흰 설탕 5 큰술 물 1/2컵 넣어 준비하고, 대추는 씨를 빼서 2등분한다. 밤은 4등분하여 냄비에 넣고 중불에서 저어주며 설탕 졸인 물이 실 같이 숟가락에 달릴 정도로 졸여지면 건져 놓는다.
3. 곶감은 꼭지를 때어내어 씨를 뺀 다음 굵직하게 썰어 놓고, 귤 껍질은 깨끗하게 씻어 길이 5cm 정도로 굵은 무채 썰듯 썰어서 냄비에 담고 설탕 3큰술 물 1/4컵 부어 중불에 올려 4~5분정도 졸여 건져 놓는다.
4. 체에 내려 준비한 1번의 쌀가루에 2번 3번의 재료를 넣고 고루 섞어서 시루에 베보자기를 깔고 내용물을 고루 펴서 앉혀 주고 위를 베 보자기로 덮은 다음 푹 쪄 주면 된다.
곶감 이용, 주옥이보죽(珠玉二寶粥)
폐를 튼튼하게 해 준다
곶감죽을 가리켜 일명 주옥이보죽(珠玉二寶粥)이라 한다.
참마 60g, 생율무 60g, 곶감 30g.
만드는 방법
1.율무를 푹 삶는다.
2.생마를 절구에 찢고 곶감을 잘게 썬다.
3.율무와 생마 곶감을 섞어 죽을 쑨다.
주옥이보죽은 비와 폐의 음허로 인해 열과 땀이 심하게 나고 식욕을 잃었을 때 좋다.
여기서 왜, 곶감을 넣는냐고 물으신다면 “곶감은 성질이 서늘하고 폐를 윤택하게 하며 그 단맛으로 비장을 보해주기 때문이다” 답사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오늘, 곶감 명당답사기 가이드 이장님 아방궁을 향했다.
안가 한켠에는 1000년 시간에도 마르지 않고 찬물이 출렁이는 샘터가 있다.
그 뒤편에 대나무 숲이 스펙타클하게 펼쳐져 있다, 대나무 잎을 보니 약죽(藥粥) 생각나네.
“이장님 대박 아이템 하나 전할 터이니 메모 하이소. 저 대나무 잎을 이용, 죽엽죽을 만드세요”
“우째 만드능교?”
“이장님 집 대나무잎 아주 신선해 보입니더, 이 잎에다 생석고 멥쌀 그리고 설탕으로 만드는데, 죽엽(竹葉)과 석고를 달여 약즙을 낸 후 그 즙에 쌀을 넣고 묽은 죽을 쑤면 됩니더.
이 죽은 배뇨시 요도가 쓰릴 때 직방임니더!”
사진 | 최경인(경남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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