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광화문의 휴대폰 매장. 직장인 이인수(33)씨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2 LTE'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 접속하자 1초도 안 돼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나타났다. 이씨는 "현재 쓰는 스마트폰보다 무선인터넷 속도가 10배는 빠른 것 같다"며 감탄했다.

이씨가 테스트한 제품은 4세대(4G) 이동통신 LTE(Long Term Evolution) 전용 스마트폰이다. LTE 서비스는 기존 3세대(3G) 이동통신보다 무선 인터넷 속도가 5배 이상 빨라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4세대 이동통신 LTE 가입자 급증

LTE 서비스는 지난 7월 1일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동시에 시작했다. 당시는 모뎀처럼 생긴 통신단말기를 노트북PC에 꽂아서 사용하는 형태였다. 노트북은 유선 인터넷이나 와이파이(WiFi·무선랜)를 주로 쓰기 때문에 LTE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9월 말까지 모뎀 서비스 가입자는 3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꿈의 이동통신'이라는 광고가 무색할 정도로 초라한 실적이다.

통신사들은 지난달 28일부터 LTE전용 스마트폰과 요금제를 내놓고 본격 서비스에 들어갔다. 가입비 무료, 무선 인터넷 사용량 추가 등 프로모션과 신문·방송·인터넷을 통한 전방위 광고전이 시작됐다.

'삼성 갤럭시S2 LTE' 'LG 옵티머스 LTE' 같은 고성능 스마트폰도 새로 출시됐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모두 1.5기가헤르츠(㎓)급으로, 현재까지 나온 스마트폰 중에서 제일 빠르다. 4.5인치 대화면에 고화질 디스플레이, 동작인식 기능 등도 갖고 있다.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30만원 정도에 살 수 있어 3G 스마트폰과 별 차이가 없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즉각 반응했다. "LTE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달 중순부터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7일 일일 가입자 1만명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현재 누적 가입자는 5만명을 넘었다.

전체 가입자의 63.6%는 무선 인터넷과 고화질 영상 서비스에 익숙한 20~30대가 차지했다. SK텔레콤 이인찬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목표치인 50만명을 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LTE 스마트폰 가입자가 1만명을 넘어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는 LTE 서비스에 '올인'하고 있다. 이상철 부회장은 "LTE 시장에서는 반드시 1등을 차지하자"며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요금제·데이터무제한 서비스가 관건

LTE 서비스의 미래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서비스 제공지역이 제한적이다. SK텔레콤은 서울에서만 LTE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서울과 부산·대구·광주 등 광역시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 지역에서 접속이 안 되는 곳도 많다. LTE 서비스가 안 되는 지역에서는 자동으로 3G 통신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무선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다.

SK텔레콤은 내년 1월까지 28개 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다. LG유플러스는 연말까지 82개 도시, 내년까지 전국에 LTE 통신망을 깔아 SK텔레콤보다 1년 빨리 앞서간다는 계획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요금제다. 현재 LTE 요금제는 비슷한 가격의 3G 서비스와 비교하면 기본으로 제공하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10~20% 줄이고, 무선인터넷 사용량을 40% 이상 늘렸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월 5만5000원 이상을 내면 무선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LTE 서비스에서는 없앴다. 특정 사용자가 무선 인터넷을 너무 많이 쓰면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고, 통화가 끊기는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사용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통신사 측 논리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LTE의 핵심이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라고 하면서 영화 1~2편 내려받으면 금방 사용량을 넘어서는데 어떻게 쓰느냐"는 것이다. 영화 몇 편 보다가는 요금이 수십만원 이상 올라가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통신사들도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LTE의 강점을 내세워 단숨에 가입자를 늘리려면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가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LTE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해지면 특정 사업자가 전격적으로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HD(고화질) TV를 써본 사람은 절대 브라운관 TV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LTE도 3G보다 획기적으로 달라진 서비스"라며 "2년쯤 지나면 LTE 서비스가 이동통신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LTE(Long Term Evolution)

무선 인터넷 속도가 빠른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3세대(3G) 이동통신보다 파일을 내려받는 속도는 5배, 파일을 보내는 속도는 7배 빠르다. 고화질 영상통화, 원격진료, 대용량 온라인 게임, 모바일 오피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3G에서 장기적으로 진화했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출처 - 조선경제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