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구안와사로 얼굴이 비뚤어진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지금도 구안와사로 고생하고 계시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구안와사란 흔한 질환입니다.

구안와사가 우리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질병자체의 증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음식물을 섭취하기가 곤란해지거나 대화를 할 때 발음이 새서 말씨가 어눌해지거나 아니면 눈을 꼭 감으려고 해도 감기지 않는 한 쪽 눈 때문에 각종 안과 질환을 이차적으로 유발할 수 있는 불편뿐만 아니라 일그러진 얼굴로 인해서 대인 기피증 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예쁘고 바른 얼굴을 관리하기 위해서 이번 호에서는 구안와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구안와사 정의

일반적으로 구안와사라고 하면 한쪽 얼굴에 마비가 발생해서 얼굴이 한쪽으로 비뚤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얼굴을 지배하는 신경이 양쪽에 똑같이 분포하는데 어느 한 쪽의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얼굴이 한쪽으로 비뚤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왼쪽을 지배하는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얼굴 근육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오른쪽의 정상 근육은 여전히 팽팽하게 근육을 당기고 있지만 기능을 상실한 왼쪽 근육은 힘있게 당겨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얼굴이 오른쪽으로 비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구안와사의 증상이 오른쪽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병이 오른쪽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왼쪽의 신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구안와사는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얼굴이 한쪽으로 비뚤어져서 눈을 감을 수도 없고, 이마에 주름을 잡지도 못하고, 음식물을 먹으면 한쪽 입가로 음식물이 새며, 양치질을 하기에도 무척 애를 먹습니다. 

 

눈물과 침이 수시로 흐르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도 불편을 초래하고 심한 경우에는 웃는 모습이 일그러진 정도를 지나서 평소 표정도 비뚤어져 있기에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힘들어 집니다.

 

 

 한의학적 분류와 치료

‘구안와사의 원인은 정확하게 무엇이다.’라고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그 만큼 구안와사를 유발하는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양의학에서는 Bell’s palsy(벨마비)라고 해서 원인 불명의 특발성 안면신경 마비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다른 여러 가지 질환의 합병증으로 인해서 발생한다고 봅니다. 

 

한의학적으로는 각 장부의 기혈상태와 경락의 흐름과 매우 밀접하다고 보고 있어서 각자의 체질과 기혈의 허실, 장부의 기능 상태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분류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장부의 기능과 관련된 몇 가지와 임신부에게 오는 구안와사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간담(肝膽)의 기능 이상

간장의 기능이 허약해진 경우로 대부분 과로로 체력이 약해져있거나 지나친 음주로 인해서 간에 무리가 생긴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구안와사 때문에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최근에 적절한 휴식 없이 육체적으로 많이 피곤했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이분들이 대부분 간장의 기능이 허약해져서 오신 경우에 해당합니다. 

 

가령 잦은 야근으로 체력이 떨어진 직장인이나 시험 기간동안 수면 부족과 체력 고갈로 인해서 시험이 끝나고 나서 바로 입이 돌아가서 한의원을 찾는 학생들이 그 예입니다. 

 

또한 옛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길 ‘술 마시고 찬 곳에서 잠을 자면 입이 돌아간다.’라고 하셨는데 이것은 음주로 인해서 간장이 허해진 상태에서 풍한의 사기가 약해진 경락으로 침범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화를 잘 내고 이유 없이 짜증이 잘 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런 경우에도 어느날 갑자기 입이 돌아가고 눈이 잘 감기지 않는 증상으로 한의원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간담에 사기가 들어와서 생기는 것인데 이런 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렇게 구안와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간담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한 구안와사는 간담의 허실을 살펴서 허하면 보해주고 실하면 사해주는 약재와 더불어 간담의 기능을 조절해 주는 침 치료와 뜸 치료를 병행해주면 좋은 효과를 보시게 됩니다.

 

 

 비위(脾胃)의 허약

평소에 체력이 약하고 소화불량도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얼굴의 병은 비위와 관련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이 얼굴을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잦은 복통과 함께 대변이 무른 편에 속하며 구토감이나 어지럼증을 동반하기도 하는 경우가 바로 비위허약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구안와사입니다.  비위허약자는 약과 침, 뜸 치료도 병행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인의 식습관이 무엇이 잘못인지 전문가인 한의사와 상담을 통해서 고쳐 나간다면 몸도 건강해지고 구안와사도 어느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임신부

자궁자체가 약한 경우로 인해서 원기가 탈진되면서 구안와사가 발병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임신중에 기혈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입덧을 지나치게 해서 음식 섭취가 양호하지 못하였다거나 지나친 편식으로 인해서 영양불균형이 초래된 경우에도 임신기간이나 아니면 출산 직후에 구안와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임신중에는 한약복용을 꺼리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태아에게 안전한 한약재로만 따로 처방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또한 얼굴 신경에만 반응 하도록 하는 혈 자리에 침을 시술해서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출산후에 나타난 구안와사는 우선 허약해진 기혈을 크게 보하는 치료를 선행하여 차츰 정상적인 얼굴로 돌아오도록 치료를 합니다.

 

 

구안와사의 구급법

풍사가 침범해서 발생하는 구안와사는 풍사가 침범한 쪽은 늘어지고 정기가 있는 쪽은 땡기기 때문에 입과 눈이 어느 한쪽으로 비뚤어지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빨리 인중(人中) 부위를 엄지 손가락으로 힘을 줘서 문질러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구안와사의 진행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고, 또 차후 치료에도 좋은 효과를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구안와사가 발병하려고 하면 반드시 기억했다가 실행하셔야 합니다.

 

 

구안와사의 얼굴 관리법

구안와사 뿐 만 아니라 다른 여러 질환도 마찬가지지만 환자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기를 원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구안와사 환자분들의 경우에는 하루에도 수차례나 거울을 보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거울을 들여다본다고 비뚤어진 얼굴이 바르게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치료하시면 반드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평소에 두 볼에 힘을 주어서 풍선을 불듯이 ‘후’하고 볼에 바람을 가득 불어넣습니다. 
 

처음엔 양쪽을 동시에 하고 점차 감각이 둔해진 쪽만 하도록 연습합니다.  또한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가 다시 풀어주는 연습도 함께 하루에 20~30차례 반복해야 합니다. 

 

연극배우들이 발성연습 하듯이 최대한 입을 크게 해서 “아, 에, 이, 오, 우”하고 정확한 발음을 하도록 꾸준히 연습하시면 매우 좋습니다.

 

구안와사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질병 자체의 증상보다도 오히려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으로 까지 발전할 소지가 충분하기에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합니다. 

 

구안와사는 그 병의 특성상 발병 첫날부터 시작해서 보통은 3일에서 일주일 정도 치료를 하더라도 병세가 진행을 합니다.  하지만 이때의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매우 중요합니다. 

 

이전의 예쁘고 바른 얼굴로 하루속히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환자분이나 의료인이나 모두 한가지 마음 입니다.  치료시기를 놓쳐서 후유증으로 더 고생하지 마시고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서 좋은 치료효과를 얻으시길 기원합니다.

 

 

글ㅣ윤우석
장수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