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산업포털 - 플라스틱넷 입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운다.’는 속담이 있다. 급한 상황에 구색을 갖춰 대응하기 어려울 때 억지로라도 막아내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가 빠지고 마지막에 버텨 보는 것이 잇몸이지만 이마저도 병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가끔 빙과류를 먹을 때 이가 시린 경험을 하게 된다.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처럼 그 기분은 정말 불쾌하다.

요즘 텔레비전에 잇몸 질환에 도움이 되는 약 광고가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잇몸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음식을 씹는 것은 이빨이다.

그러나 이 이빨이 튼튼하려면 그 이를 제대로 받쳐 줄 잇몸이 튼튼해야 한다. 무엇이나 그 뿌리가 단단히 자리를 잡아야 줄기도 튼튼하고 열매도 잘 맺는 이치와 같다.

치과 진료에서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임플란트라는 인공 치아 이식도 아무나 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잇몸이 튼튼하지 않으면 이를 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치아는 신장 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잇몸은 위장경락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신장기능이 튼튼하면 이가 견고하고 신장이 약해지면 이가 빠지고 잇몸이 벌어진다. 윗니는 위장경락이 통과하는 곳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아랫니는 대장경락이 통과하는 곳으로 음식물을 저작운동을 하며 계속 움직인다. 이(치아)는 정수(精髓)가 많이 가는 곳이다. 정수가 충분하면 이빨에 아무 문제가 없다 정수는 신장 기능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오장육부의 활동이 잘 되면 정수를 만들어 신에 저장을 하고 필요할 때 쓴다. 노인들이 이빨이 빠지고 잇몸질환이 많아지는 이유는 정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한의학에서 치통치료는 위장경락과 신을 살펴서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잇몸이 붓고 시리고 아픈 병인 풍치(風齒)는 이(치아)와 관련이 있는 생기가 순조롭지 못해서 생긴다. 생기가 치받쳐 바람이 부는 것과 같다고 하여 부쳐진 이름으로 잇몸의 염증을 말한다.

젊은 사람들 중에 잇몸이 붓고 아픈 경우는 위장의 습열(濕熱) 때문이다. 과로를 하였거나, 음식을 잘못 섭취하였거나, 신경을 많이 썼을 때 잇몸이 붓고 아프게 된다. 이럴 때 간단하게는 아픈 곳에 뜸을 뜨면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

한약재로는 기운을 소통시키기 위해 천궁 목단피 석창포 만형자 향부자 건강 계지 세신 지골피 등을 응용한다.

많이 먹으면 더 아프고 적게 먹으면 덜 아픈 데는 습열을 줄여주는 창출 석고 승마 지실을 쓰고 혈울(血鬱)을 풀어주는 천궁 목단피 향부자 등을 써준다.

그런데 신장기능이 허약해져서 생기가 마지못해 활동을 하면서 허열이 나는 경우에는 신장을 따뜻하게 보해주면서 열을 내려줘야 한다. 신장이 생기를 못 받으면 차가워진다.

불만이 생겨 시끄럽게 떠들면서 민란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열이 위로 뜨게 된다. 이럴 때는 더더욱 따뜻한 약을 많이 쓰면서 염증을 달래야 한다. 노인은 신과 정혈이 부족하다.

골수까지는 아니어도 근골 힘줄에 정액이 부족하므로 뼈에 염증이 잘 생긴다. 되도록 씹는 걸 삼가고 몸을 쉬는 게 좋다. 이런 풍치에는 해삼 건갈(갈근) 지골피를 쓰면서 소통제로 목단피 석창포 세신을 함께 쓴다.

위장 습열로 온 풍치에는 습기를 다스려 주는 창출 초과 지실을 위주로 약을 쓰면서, 위열을 내려주는 약으로 석고 지골피를 쓰고, 소통제로 만형자 계지 세신 승마 백지 목단피를 더하고, 하기(下氣) 소통제로 천오 남성을 같이 쓴다.

신장이 허약하고 냉해서 잇몸이 붓고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기운을 보하면서 습기를 없애주는 하수오 복령을 쓰고 신을 데우기 위해 부자나 육계를 쓰면서 소통제로 석창포와 목단피를 넣고 지혈시키기 위해 산약을 써준다.

붓기를 내리고 신장으로 기운을 모으기 위해 택사도 조금 넣어 줘야 한다. 설령 풍치라고 하더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아프지 않다. 그러나 사용하면 통증이 온다. 다 부서진 기계를 조금만 움직여도 열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계가 단단하면 가끔 기름을 좀 쳐주면서 많이 사용해도 탈이 없지만 낡은 기계는 조금만 써도 열이 난다. 그러니 풍치에 기혈을 많이 봐야 하고 울기를 풀어주는 천궁 목단피 창출을 꼭 써줘야 한다.

잇몸 병 뿐 아니라 오관(五官-눈코입귀혀)에 생기는 병은 다스리는 처방이 비슷하다.

상초(上焦-우리 몸의 위쪽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머리나 심폐를 이름) 이므로 청상(淸上)을 해야 한다. 청상해서 맑아야 되는 자리인데 병이 나타나는 것은 대체로 허열이 위로 뜨기 때문에 그렇다.

한의학에서 가장 건강한 상태를 말할 때 흔히 청상 통중 온하(淸上通中溫下) 라고 한다. 이는 머리는 맑고 장부는 소통이 잘 되며 아래는 따뜻할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본다는 것이다.

우리 몸 어느 것 하나 귀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이는 반드시 튼튼하게 잘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가 튼튼한 것을 오복 중의 하나라고 했던 것이다.

사후약방문처럼 이를 만들어 새로 박고 또 틀니를 끼우고 하는 것보다 튼튼한 잇몸을 유지하고 튼튼한 이를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다.

글 : 고광석(대명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