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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는 자신의 정체를 영·위(榮·衛)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반응하여야 한다. 생명체는 반응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우리 몸에 어떤 자극이 가해지면, 우리 몸에는 변화가 생기고, 이 변화된 몸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 알맞은 행동을 취해야 하는데 이러한 대응행동을 반응이라 한다.

자기 몸에 가해지는 자극에 대해 가장 신속히 그리고 가장 효율적으로 반응 할 수 있을수록 건강한 개체라 할 수 있다.

인공장기의 문제는 바로 이 반응 능력의 한계에 있다. 심장을 예로 든다면, 우리가 움직일 때, 왼발을 디딜 때와 바른 발을 내디딜 때, 숨을 들이쉴 때와 내쉴 때, 말을 할 때와 기침을 할 때, 심장은 그때그때 가장 알맞게 정교하게 변해 주어야 하는데, 즉 반응 해 주어야 하는데,

인공적으로 만든 심장은 0.001초 까지도 정확하게 규칙적으로 뛰는 것은 가능하지만 순간순간 적절히 변화를 주며 정교하게 반응을 취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정확하지만 반응의 융통성이 부족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반응을 제대로 가장 잘 하는 생물이 가장 강한 생물이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의 경험을 통해서 어떤 것이 몸에 좋고 어떤 것이 몸에 나쁜지를 알게 되고, 나중에 비슷한 자극이 되풀이해서 찾아오면 그전에 나빴던 것은 피하려고 하는 반응을 취할 것이고, 그전에 좋았다고 기억되는 것은 더 취 하려고 하는 반응을 취할 것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반응의 경험은 습관을 만들고, 만일 이러한 습관이 인종(人種) 전체에 유리한 습관이라면 이 기억을 유전자에 입력시켜 다가오는 세대에 대대로 물려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유전자를 통해 입력된 반응 능력을 선천성 반사반응이라 한다. 누가 알려 주지도 않았는데도 갓난아기는 자기 생명의 영위에 어떤 것이 유리하고 어떤 것이 불리한지를 유전자로 물려받은 정보를 이용하여 적절히 반응 할 줄 안다.

엄마 젖꼭지가 얼굴에 닿으면 얼른 물고 빨 줄 알며, 손바닥에 다른 사람의 손가락이나 물체가 닿으면 꽉 쥘 줄도 알고,

아기를 배가 방바닥을 향하도록 들고 갑자기 확 밑으로 내리면 아기는 마치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사람처럼 양팔을 앞으로 쫙 뻗치는 자세를 취하는데 이는 몸이 안 다치게 땅을 짚으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며,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면 울 줄도 안다.

이런 것은 조상들이 경험 해 보고 종족보존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유전자에 심어 놓은 것을 아기들이 그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자연치유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반응점이 있어서, 이 점을 자극하면 자연치유력이 활성화된다.

이 점이 경혈이다. 이러한 예민한 반응점을 침, 뜸, 지압, 부항으로 자극하는 것은 다 자연치유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함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반응을 한다.

화내는 것(怒), 즐기는 것(憙), 걱정하는 것(思), 슬퍼하는 것(悲), 우울 해 하는 것(憂), 놀라는 것(驚), 두려워하는 것(恐) 등의 감정은 다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싸울 준비를 하거나, 도망갈 준비를 하거나, 뭉친 것을 발산시키거나, 미리 마음의 경계를 시키거나, 안으로 움츠리거나 하는 반응들이다.

몸에 해로운 어떤 세균이 몸속으로 침입 해 들어왔을 때에는 일부 백혈구가 동원되어 이 세균들을 상대로 소탕작전을 벌이게 된다. 이 전투경험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같은 세균이 또 쳐들어오면 쉽게 알아보고 미리 훈련되어 있는 항균성 백혈구 들이 날쌔게 동원되어 침입세균을 소탕해 버린다. 이것이 면역계이고 면역력이다.

혈액검사를 통하여 확인된 혈액 성분이 똑같은 두 사람이라 하더라도 혈액의 반응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15세기 말 로마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가 병에 걸려 한 소년의 신선한 피를 수혈 받고 나서 죽었다.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 피에 의한 수혈 쇼크사였다.

사람의 혈액을 혈구(피의 알맹이)와 혈청(피의 액체)으로 갈라 서로 섞어 보면, 어떤 혈청에 의해서 응집(엉키는 것)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이 있어, 이 반응에 따라서 혈액을 A, B, AB, O 의 네 가지 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1901년). 혈액형의 분포 상태가 나라마다 민족 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개 A형이 약 40% 정도, O 형이 30%, B 형이 20%, AB 형이 10% 정도의 분포를 보인다.

혈액의 성분, 즉 나트륨, 칼륨 하는 전해질이나 혈당 치, 콜레스테롤 치 등은 다 비슷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의 피를 저 사람에게 수혈하면 없던 기운이 생기고, 다른 사람에게 수혈하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사실을 곰곰이 생각 해 보면,

이러한 음식과 약은 저 사람에게는 보약이 되는 반면에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한의학의 사상 체질론(四象體質論)”에 나름대로의 깊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혈액형은 피의 반응의 종류이기에 피의 궁합이라 할 수 있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 대학원 원장 전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