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사람들의 특징은 대개가 자신의 능력보다 많은 양을 해내겠다고 큰소리 치고는 막상 약속날이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 발뺌해 버리거나 미루는 데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사람 사는 모습이 다양해지다 보면, 기존의 가치관조차 흔들리고 절대적인 소설가 윤후명의 저서 중에 '약속 없는 세대'라는 책이 있다. 물론 내용이나 상황적 배경에 있어서 '내일병'의 증상들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애기들이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이 바로 그 '약속 없는 세대' 그것이다.

현실 인식 부족의 원인

부자집 5대 독자로 태어난 한 남자가 있었다. 그 어머니는 용이 승천하는 꿈을 꾸고 그를 낳았으며 태몽이 귀한만큼 그는 모든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 속에 자랐다.

그는 오직 자식 한사람만을 위해 세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살기 위해 바둥거릴 필요가 없었고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 받으며 사람들에게 굽실거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는 매일 좀 더 화려하게 놀고, 거창하게 사랑하고, 기가 막히게 돈 쓰는 것만 고민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토록 자신을 귀하게 여기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기댈 벽이 없어졌을 때, 그가 고작 생각해낸 탈출구는 도박과 마약이었으며 그런 순간의 향락에서 깨어나면 깊은 절망으로 몸부림쳐야 했다.

결국 유산은 바닥났고, 돈이 떨어지자 친구마저 떠났다. 세상은 더 이상 그를 위해 존재하지 않았고, 그 역시 그런 세상을 향해 보란 듯이 맞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늘 술과 마약에 취해 있으면서도 "그래도 왕년에 내가…" 하면서 추억을 안주 삼아 취하고 추억을 자장가 삼아 잠들었다.

추측해 보건데 그의 말로는 죽음이 아니면 범죄자였을 것이다.

위의 이야기는 아주 흔한 삼류 소설 같은 얘기지만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늘 보아왔고 지금도 볼 수 있는 사람의 일생이다.

나는 항상 남보다 우월하며, 나의 능력은 뛰어난데 사회가 여건을 만들어 주지 않거나 운이 없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일수록 '내일병'에 쉽게 걸린다. 자기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 그런 사람들은 자존심 때문에 'NO'라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자기 능력 이상의 일을 맡았다 하더라도 '어떻게 되겠지'하고 쉽게 약속을 해 버린다. 그리고 늘 약속을 어기고,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추궁을 받으면 자기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을 극도로 미워한다.

‘내일병’에 잘 걸리는 사람은?

복잡한 사회생활 속에 늘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여도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 자아 성취감이 너무 강한 사람. 사회와 국가에 대해 늘 불만이 많은 사람. 과장과 허풍이 심하거나 반대로 너무 꼼꼼하고 예민한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는 병이다.

직장에 흥미를 잃은 사람이거나, 시댁과 어색한 사이 때문에 긴장에 시달리는 새댁 그리고 반복적인 살림살이에 싫증이 난 중년 주부들도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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