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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友情 주병권
출판사 지성의 샘
페이지 135쪽
정가 10,000원

하늘 푸르른 날에는
3P바인더 코치 / 박만서

오랜만에 시집을 손에 들었다. 첫 권은 호기심에서 읽고, 두 번째는 공감하며 읽고, 세 번째는 아름다운 시어에 감탄하며...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시집을 대하기 어려웠던 것은 시는 막연히 어렵다는 생각을 가져서 일 것이다. 어렸을 땐, 누구나 문학소년, 문학소녀이었겠지만 어른이 되고서는 그 순수했던 감성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주병권 시인의 시들은 읽기에 난해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정답게 얘기하듯, 소박하며 진솔하고, 한편으론 삶의 지혜를 나누어주고 힘들 땐 쉬어가라 등을 토닥여 주는 것 같다.
주병권 시인도 고백하듯이 원래 글쟁이가 되어야 했는데 공돌이(공학과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한 편 한 편 시들을 읽어 가노라면, 바닷가 / 커피 / 빗소리 / 친구 / 아버지 / 기차역 / 와인 / 아내 / 가을 / 술 / 꽃비...라는 시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시인은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일상 속에서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삶의 순간순간 들을 소중한 기억으로 만들어 간다.
시인은 가을을 너무 좋아해서 시집의 구성을 가을을 앞에 놓기 위하여 “가나다” 순으로 시들을 배열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시집 가운데 3편을 뽑아서 싣는다. 시를 읽고 나서는 모두가 다 시인이 되기를 소망하며...

 

어느 날, 행복

삶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내 곁에는 극단의 화려함도
절정의 황홀감도 필요하지 않았다.
어릴 적 수확이 끝난 감자밭 작은 줄기를 당기면
채 못 거둔 감자들이 줄줄이 따라 나올 때
그렇게 소박한 곳에서 조금 더 안을 들여다볼 때
행복은 기지개를 켜며 가까이 오곤 했다.
참하게 비가 내리는 날 일상으로 들른 카페
마주치는 좋은 커피와 음악
행복이 오는 순간이다.

 

아내의 생일

겨울을 견디어 꽃이 되었나 꽃이 되고파
봄을 기다렸나
인동초가 되어 살아온 날들 그 아련함을
아내는 웃음으로 담는다.
오늘은 태어난 날의 축복보다는
살아온 날들을 위한 축복
프리지어 꽃다발과 잘 자란 딸아이를 바라보며
오래전 만난 그 소녀는 소녀가 아닌
아내의 웃음을 짓는다.
맑고 투명한 웃음을 마주하고
맑고 투명한 글라스에 와인을 따르며
나는 기원한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