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X 유산
INFORMATION
기획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출판사 동아시아
페이지 392쪽
정가 22,000원
3P바인더 코치 / 박만서
•동궐도 내려다본 세계
흔히 ‘미술은 시점의 변화에서 시작되었다.’ 라고 한다. 시점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양미술은 2차원의 캔버스 위에 3차원의 입체를 표현하고 싶어 했고, 투시원근법을 활용하여 평면에 그려진 그림에 3차원의 깊이를 부여할 수 있었다. 반면에 동양화가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평면을 극복하고자 했다. 동양미술에서는 하늘로 올라가 전체를 보고자 했고, 이는 만약 새처럼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면 그리고자 하는 대상 전체를 한 폭의 그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보통 새의 눈이 되어 대상을 내려다보는 시점을 조감법이라고 하는데, 미술계에서는 조감법보다는 주로 부감법이라고 표현한다.
한국미술은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풍속화, 건축화(궁궐 화), 기록화(의궤) 등 여러 회화 분야에서 부감법 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19세기 초 평행사선 부감법으로 해낼 수 있는 최대의 작업이 감행되었다. 효명세자는 창덕궁과 창경궁, 뒤쪽의 후원까지 포함하여 조선 왕궁의 아름다움을 후대에 남기고 싶어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조선 최대의 회화인 <동궐도>이다. 조선은 서양의 원근법과 달리 ‘부감법’이라는 시선을 통해 자기만의 세상을 그려냈다.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나요?
•드론 시선을 넘어 진단으로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드론 이라는 기술이 새로운 첨단기술로 등장했다. 드론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드론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실제로 도시에서는 드론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주로 산업용으로 사용되며, 건축 및 건물 관리에 이용된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제일 먼저 문진을 통해 예진을 하게 된다. 그 검사에서 만일 몸에 이상이 있으면 정밀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는다. 우리의 문화유산도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 되고 보존상태가 나빠지는데, 무턱대고 건물에 손을 댈 수는 없고 복구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건축물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드론이라는 첨단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드론의 주요한 기능은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을 대신 가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고, 여기에 더해 건물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진단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담고 있다.
땅에 매인 인간의 한계를 넘어, 하늘로 올라가 공중의 시선으로 대상을 내려다보았던 <동궐도>를 지나, 이제는 시선을 넘어 세상을 진단하고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드론과 같은 첨단기술의 시대가 도래 했다.
•고려청자 비색, 과학의 빛깔로 스며들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도자기에는 삼국시대 토기,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백자와 분청사기가 있다. 이들은 모두 구워지는 온도가 다르다. 고려청자의 경우 서양에서는 제작한 적이 없는 도자기여서, 서양인들에게는 낯설고 조금 애매하게 생각한다.
최초의 청자는 중국 한나라에서 1세기쯤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1,000년이 흘러 고려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청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릇을 만들 때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성형도 해야 하고, 조각도 필요하지만 그런 기술은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핵심기술은 알맞은 태토를 찾아 배합하는 것이다. 아무 흙이나 청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유약을 만드는 것이다. 유약은 화학적인 지식이 없으면 절대 만들 수 없다. 마지막 세 번째는 불을 때는 기술이다. 오직 정성만으로 불을 잘 피우는 것은 원시시대에나 가능한 일이다.
참외의 모습을 닮은 청자 참외모양 병은 중국 도자기에도 유사한 것이 있지만, 고려의 것과는 비례가 다르다. 뛰어난 조각 실력과 비색을 내는 과학기술을 합쳐서 결국 우리는 고려 비색을 만들어냈다. 이 전통의 흐름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디스플레이 순간을 복원하다
우리는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면서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접한다. 이제는 정보통신기기의 디스플레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우리와 정보를 연결해주는 핵심적인 기술이 된 것이다. 디스플레이가 예술작품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화소가 만드는 색의 질을 높이고, 화소의 크기를 작게 함으로써 섬세한 정도를 구현하는 해상도 역시 최대한 높여야 한다. 청자의 비색은 신비롭고 오묘한 색이고, 청자의 곡선 또한 오묘한 느낌이 들 만큼 예쁘기 때문에 더욱 까다로운 색 표현 능력과 높은 해상도가 요구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그 날이 아닌 그 순간이다’라는 말처럼, 어쩌면 디스플레이 기술은 아름다웠던 순간을 영원으로 각인시키면서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는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 고려대학교 박물관에는 혼천시계, 동궐도,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항아리 국보 세 점은 물론 보물 네 점등 10만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박물관에 들르거나, 아니면 이 책을 통해 시간여행을 떠난다면 자랑스러운 우리선조들과 문화에 뿌듯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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