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개봉한 <호로비츠를 위하여>라는 영화를 추천한다. 별로 인기는 없었지만 내가 본 영화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잘 만든 영화다. 특히 천재 피아니스트인 경민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수준이 못 따라가서 그렇지, 아주 잘 만든 영화고 특히 코로나 시대에 이런 영화 꼭 어울리는 영화다.

 

대중은 왜 아직도 음악에서는 소나타 형식을 가진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를 찾고 미술에서는 고흐, 세잔, 모네를 좋아할까? 이는 현대 미술과 음악이 고객과의 단절을 가져와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버린 결과다. 대표적인 예가 음악에서는 John Cage가 미술에서는 피카소가 선도했다. 오늘은 John Cage 곡을 감상하시면서 현대음악의 진수를 맛보는 게 어떤가? 그러나 실망하실 준비를 해야 한다.

상속과 복권의 공통점은 자신이 땀을 흘리지 않고 돈을 손아귀에 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돈을 인간들은 갈망하고 땀 흘리기를 싫어한다. 이것의 원리와 정신은 『성경』 「창세기」 3장에 등장한다. 인간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인간은 평생 사는 동안에 땀을 흘려 일을 해야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음을 받았다.

그런데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은 땀 대신에 행운을 선택하기를 더 좋아한다. 이것이 불행과 고통의 시작인 줄 모르고 신이 나도록 이런 도박을 즐기다가 육신과 정신이 부패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행운을 누린 자가 확률적으로 적어서 이 땅은 타락하지 않고 그래도 어느 정도 질서와 양심과 도덕에 기초하여 살아간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가 사는 땅에 오만 원짜리 지폐가 눈송이처럼 떨어져 사람들 손에 수백억 현금이 쥐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물가가 올라가겠지만, 여기서 물가는 그대로라고 가정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아마도 대부분 사람은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울 것이다. 그리고 먼저 관광도 크루즈 같은 국경을 넘나드는 관광 호화여객선을 타고 다닐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땀을 흘리지 않으면 타락하게 된다. 마약과 매춘이 도시마다 일어날 것이고 세상은 소돔과 고모라처럼 변해갈 것이다. 사랑 대신에 증오와 반목이 급증하여 세상은 혼란과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살인 약탈 방화가 휩쓸 것이다. 

 

결핍으로 인해 인간 사회에는 폭동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풍족 또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물리적인 결핍, 배고픔이나 부족은 그것을 채워주면 되지만, 타락에 의한 결과로 나타나는 불(不) 경건함은 걷잡을 수 없는 자아의 붕괴와 사회의 몰락을 가져온다. 우린 역사를 통하여 물질적 풍요와 시간적 여유를 누렸던 로마가 무너진 과거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역사를 통하여 교훈을 얻지 못하는 타락한 본성을 가진 동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