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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공생하는 로봇의 실현
		[플라스틱사이언스] 기사입력 2018-09-04 16:22:59

사람과 공생하는 로봇의 실현

4차산업혁명의 중심에는 로봇기술이 있다. 로봇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사람과 끊임 없이 새로운 공장의 모습을 실현해나갈 것이다. 이에 (주)NT로봇은 앞으로 변화해 갈 미래 산업의 신기술들을 조망하고자 3회에 걸쳐서 로봇산업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NT로봇 김경환 박사

목 차
제조업용 로봇의 글로벌 리더 이해하기 / 사람과 공생하는 로봇의 실현 / 작업 지능을 가진 로봇의 탄생

시작하며

로봇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이래, 로봇의 모습과 행동은 인간을 닮은 “안드로이드(인간형)”를 지향하였으며, 단순한 자동기계를 넘어서 인간과 교감하며 공생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1961년에 미국 유니메이션 사에서 세계 최초의 로봇 팔을 자동차 공정에 적용하였을 때, 당시의 기술적인 한계와 산업계의 현실로 말미암아 로봇은 만능이동기구(Universal Transfer Device)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로봇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다시 “사람과 공생하는 로봇의 실현”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본 기사에서는 제조업용 로봇 시장을 간단히 살펴본 후, 공장에서 사람과의 협동작업을 실현하려는 “협동로봇”에 대해 해설한다. 그리고, 로봇에 부착하여 인간의 손과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그리퍼(Gripper)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제조업용 로봇 시장 동향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15%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4차산업 혁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면 로봇 시장은 메이저 산업으로 도약할 것이다.
근로자 1만명당 로봇 수를 가리키는 ‘로봇 밀도’는 2016년에 세계 평균이 74대이다. 한국의 로봇밀도는 631대로서 세계 평균의 8.5배에 이르며 7년째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 다음으로 싱가포르(488대), 독일(309대), 일본(303대)의 순이다. 일본은 로봇의 해외수출로 로봇밀도 순위는 떨어지고 있지만, 전세계 로봇 수요의 52%(2016년 기준 15만3000대)를 공급하고 있다.
IFR에 따르면 2019년까지 전세계 제조업용 로봇의 40%가 중국에 설치될 것이며, 한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이 로봇 산업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조업용 로봇 시장은 2025년에 338억 달러(약 39조원)로 성장하여 2016년 대비 2.7배에 이를 전망이다.

제조 선진국의 리쇼어링(reshoring) 현상

최근에 세계 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제조 선진국의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은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의미한다. 인건비 등의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해외에 떠난 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이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노동 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선진국의 제조업체들은 해외 생산기지화에 매력을 덜 느끼게 되었다. 생산 시설이 해외에 있으면 물류 관리가 복잡하고 선적 시간이 증가할 뿐 아니라 급변하는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자국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로봇기술을 이용하여 효율적인 자동화 솔루션을 실현한다면 생산 시설을 굳이 해외로 옮기지 않아도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전환을 하게 되었다.
생산 현장에 로봇이 도입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일반적인 우려와는 달리, 로봇화가 전체적인 일자리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새로운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협동로봇이란?

최근 제조업용 로봇에서 중요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이다. 일반적인 제조업용 로봇은 안전 펜스로 사람과 작업 공간을 분리하여 사용한다. 이에 비해 협동로봇은 안전 펜스 없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인 충돌을 감지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된다. 완전 자동화가 곤란하거나 사람과 협동 이 요구되는 작업에 협동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 안전 펜스가 불필요하여 기존의 제조업용 로봇에 비해 설치 공간을 절약할 수 있고 구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사용법도 쉽고 고객 취향에 맞춘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 그림 1과 2는 기존의 제조업용 로봇과 협동로봇의 특징을 비교하고 있으며, 그림 3은 협동로봇의 구매동기를 조사한 것이다.

협동로봇의 안전 기술

로봇의 안전규격 ISO/TS 15066에서는 협동로봇의 동작 모드를 4가지로 정의하고 있는데(그림 4), 협동로봇의 장점을 살린 c)와 d) 동작모드가 중요하다.

a) 안전 정격 모니터링 중지
사람이 위험에 노출되기 전에 로봇을 멈춘다. 작업 공간에 사람이 없는 경우에만 로봇을 비협동 모드로 움직인다. 로봇과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 방법은 협동작업의 장점을 살릴 수 없지만 빠르게 자동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

b) 핸드 가이딩
사람이 손으로 조작하는 장치를 사용하고 로봇 은 사람의 동작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사람이 로봇의 작동을 직접 제어하는 수동 방식이다.

c) 속도 및 분리 모니터링
현재 협동로봇의 작업속도는 250mm/sec 이하로 제한되어 있다. 일반적인 제조업용 로봇에 비해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셈이다. 안전 스캐너와 같은 외부 안전 장치를 사용해 사람이 로봇에게 접근하면 로봇의 속도를 늦춘다.사람과 로봇 사이의 거리에 따라 안전 설정을 변경하거나 로봇이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 사람이 로봇 동작 범위에 들어오더라도 로봇을 멈출 필요가 없다.

d) 동력 및 힘 제한
로봇이 일정한 수준의 동력 또는 힘을 감지하면 로봇을 중지해 사람을 보호한다. 동력 및 힘 제한 방법은 사람이 움직이는 로봇과 접촉할 경우, 신체에 미치는 고통이나 상해를 방지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에서 하중과 속도를 제한한다.

협동로봇의 제조회사

협동로봇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EU의 SME robotics(중소기업 로봇기술)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세계 최초의 협업로봇은 2008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덴마크 벤처기업인 유니버설로봇의 UR 시리즈이다. 동사의 매출 실적은 매년 50%의 고성장을 거듭하여 2016년에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며 세계 최대의 협동로봇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동사는 협동로봇을 배치하고 첫 작업을 프로그래밍하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점, 다양한 안전 기능을 제공하여 협동작업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후, 독일의 로봇기업 KUKA가 경량로봇 LBR iiwa(이바) 시리즈를 출시하였고, ABB의 유미, 가와다공업의 넥스테이지, 리씽크로보틱스의 백스터/소이어 등의 제품이 뒤를 이었다 (그림 5). 국내에서도 2년 전부터 한화정밀기계, 두산로보틱스 등의 대기업, 뉴로메카, 푸른기술, NT로봇 등의 로봇벤처기업들이 협동로봇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림 6).

협동로봇의 시장 전망과 선결 과제

많은 기업들의 시장 참여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협동로봇은 제조업용 로봇 시장의 2~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로봇이 2025년까지 제조업용 로봇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독일을 포함한 EU, 미국 등 제조 선진국들이 협동로봇의 도입을 늘리고 있고, 아직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조차 협동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협동로봇과 연계된 모듈과 솔루션이 늘어날수록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협동로봇은 기존의 제조업용 로봇보다는 단가가 낮은 편이지만 중소기업에서 도입하기에는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가격이 낮아지면 당초의 개발 목적대로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소규모 공방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협동로봇은 작업물을 들어올리는 가반질량(payload)이 최대 15~20㎏에 불과하여 고하중 작업에는 사용할 수 없다. 가반질량을 늘리면 로봇 크기와 무게가 증가하여 현재 기술로는 협동작업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련된 작업자와 협동작업을 하기 위해서는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지능화가 필요할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협동로봇을 도입하고도 안전기준의 미비로 사람과 협동하지 못하고 안전 펜스 안에서 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 4월에 산업안전보건기준 제223조를 개정하면서 장관이 국제표준(ISO 10218-2)이나 한국산업표준(KS B ISO 10218-2)에 부합한다고 인정할 때에는 안전 펜스를 설치하지 않아도 로봇이 사람 옆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금년부터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는 협동로봇 설치 작업장 안전인증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부품 더미의 피킹 기술

사람과 공생하는 로봇에서는 팔 뿐 아니라 손 기능도 중요하다. 팔을 뻗어 작업물을 집거나 조작하는 것은 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로봇의 손을 핸드 또는 그리퍼라고 부른다.
프레스나 사출 작업에서 비정렬 상태로 박스에 쌓이는 부품 더미를 3차원 비전으로 인식한 후에 로봇 그리퍼로 하나씩 집어서 정렬하는 피킹 로봇이 상용화되었다. NT로봇의 NTVision-BP는 다관절 로봇, 로봇 그리퍼, 빔 프로젝터와 카메라를 내장한 3차원 비전으로 구성된다(그림 7). 먼저 부품의 CAD 데이터를 PC에 입력하고 박스의 부품 더미를 몇 차례 촬영해준다. 그러면, PC에서는 부품의 CAD 데이터를 회전시켜가며 카메라에서 부품이 어떻게 보이는지 학습한다. 학습이 끝나면 부품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데, 빔프로젝터에서 구조광 패턴을 부품 더미에 비춘 후 카메라로 이를 촬영한다. 촬영한 영상으로부터 부품의 3차원 형상과 자세를 인식한다. 인식 결과가 로봇에게 전달되면 그리퍼로 어떤 부품을 어떤 자세로 잡을 것인지 판단하고 피킹을 수행한다.

생체모방 기술을 이용한 고성능 그리퍼

대부분의 제조업용 로봇은 규격화된 작업물을 단순한 구조의 그리퍼로 집어서 옮기는 작업을 한다. 그러나, 복잡한 형태나 무게의 작업물도 실수 없이 집을 수 있는 그리퍼가 필요하게 되었다.
미국 스탠포드대에서는 도마뱀(Gecko)의 발바닥처럼 강력한 접착력을 가진 그리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을 장시간 집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그림 8). 그리고, 독일 Festo사에서는 문어의 촉수와 흡착기를 모방한 ’옥토퍼스 그리퍼(OctopusGripper)‘를 개발하였다(그림 9). 이러한 생체 모방 기술을 이용한 그리퍼를 이용하면 페트병, 금속 부품, 잡지, 고무공 등, 다양한 작업물을 성공적으로 집을 수 있다.
미국 아마존에서는 매년 '아마존 피킹 챌린지(APC)' 대회를 열고 있다. 로봇이 선반에 놓여 있는 다양한 비정형 물체를 집어서 빠른 속도로 옮기는 경기이다(그림 10). 이와 같이 물류창고나 고객배송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은 미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끝내며

흔히 사람과 공생하는 로봇이라면 인간형 로봇(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을 생각하기 쉽지만, 공장에서는 아직 협동로봇, 고성능 그리퍼 개발을 통해 사람과의 인터페이스(결합부)를 넓혀가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용 로봇은 전통의 강자들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새롭게 부상하는 협동로봇은 신생 로봇회사들도 기회로 인식하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공장을 위한 제조업용 로봇기술과 일상생활을 위한 서비스 로봇기술이 융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혹시 아는가? 낮에는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다가 저녁에는 주인과 대화하며 귀가하는 로봇이 출현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