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지능을 가진 로봇의 탄생

4차산업혁명의 중심에는 로봇기술이 있다. 로봇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사람과 끊임없이 새로운 공장의 모습을 실현해나갈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앞으로 변화해 갈 미래 산업의 신기술들을 조망하고자 3회에 걸쳐서 (주)NT로봇의 로봇산업 최신 동향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연재 마지막으로 작업 지능을 가진 로봇의 탄생에 대해서 알아보고 로봇기술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중요성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특별기고 : (주)NT로봇 김경환 박사

1. 스마트 공장의 지능 로봇

 제조 공정을 로봇화하기 위해서는 로봇 엔지니어들이 현장의 작업자나 생산제조 기술자들과 제조 공정을 분석한 후, 로봇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주변장치와 지그를 포함한 로봇 작업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전체적인 시스템이 구축되면 로봇과 주변장치를 구동시켜가며 디버깅(debugging), 교시(teaching), 파라미터 조정(parameter tuning)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품의 수명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대량맞춤생산(Mass Customization)이 실현될 것이다. 종전처럼 엔지니어들의 개발 속도에 의존하다가는 개발과 품질 안정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없다. 그래서, “로봇화의 자동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조 환경에서 인간의 작업 모습을 관찰한 후에 로봇 스스로 인간작업을 이해하고 작업계획을 자동으로 수립한다(판단지능). 로봇은 수립된 작업계획에 따라 작업을 반복하면서 작업 속도와 품질을 향상시켜 나간다(작업지능). 이렇게 “스마트 공장”에서는 판단지능과 작업지능을 겸비한 로봇이 출현할 것이다. 이에 스마트 공장에 출현할 지능 로봇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2. 판단지능과 작업지능의 구현

<그림 2>는 앞에서 언급한 “로봇화의 자동화”를 위해 필요한 도전과제를 요약한 것이다. 제조 공정의 전체 작업은 수많은 단위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 로봇은 인간의 작업을 관찰하여 단위작업의 순서와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작업자의 양팔이나 양손 동작을 카메라 등을 이용한 모션 캡처링(motion capturing) 기술로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 결과는 프로그래밍 코드와 유사한 “인간작업 스크립트”로 자동 생성된다. 인간과 로봇은 신체의 구조와 동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인간작업 스크립트”는 사용 로봇에 맞춘 “로봇 작업 스크립트”로 자동 변환되어야 한다. 로봇 단위작업의 순서와 동작 파라미터를 자동 생성하는 것이다. 실제로 로봇이 작업할 때는 작업물의 위치 등이 수시로 바뀔 수 있으므로 로봇은 변경된 작업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그림 3>은 NT로봇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 공장 N-Factory의 모습이다. 그림 왼쪽의 단팔 로봇은 천정에 설치된 3차원 비전으로 부품 박스에 있는 부품을 피킹하여 그림 오른쪽의 양팔로봇에 전달해주는 조수 역할을 한다. 부품을 순차적으로 전달받은 양팔 로봇은 부품 조립, 전동 드라이버를 사용한 볼트 체결, 카메라를 이용한 조립 검사를 진행한다. 전동 드라이버나 카메라를 작업대에 걸어두면 필요할 때 로봇이 그리퍼로 집어서 조립 검사를 하는 것이 흥미롭다. 스마트 공장에서 양팔 로봇을 조립에 사용하는 장점은 주변장치나 지그의 도움을 덜 받고 조립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작업의 유연성(flexibility)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림 4>는 N-Factory에서 기중차단기(ACB, air circuit braker)를 조립하는 장면이다. 로봇 동작을 위한 프로그래밍은 인간 작업의 관찰을 통해 자동 생성된 것이다. 즉, “로봇화의 자동화”가 이루어진 것이 이 시스템의 특징이다. <그림 4>에서는 사람의 조립동작이 양팔 로봇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 수 있다.

로봇이 인간 작업을 이해할 때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한지 스스로 판단하는 주의(attention) 능력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중요하지 않은 인간 작업을 관찰하고 따라하는 요령 없는 지능 로봇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자동 운전에서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균 무고장 시간(MTBF, mean time between failures)이 길어야 한다. 로봇이 고장을 일으켰을 때 스스로 오류 회복(error recovery)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기술들이 성숙해지면 스마트 공장의 무인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3. 자율이동로봇(AMR)의 사업화

여러 종류의 “자율이동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s)”이 사업화되고 있다. 병원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의약품이나 혈액을 운반하는 물류운반 로봇, 온라인 주문 고객들을 대상으로 음식이나 상품을 배송하는 로봇, 시설에서 감시 활동을 펼치는 경비 로봇, 공항에서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서비스 로봇,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로봇,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선별하는 피킹 로봇 등, AMR의 범주에 들어가는 로봇은 실로 다양하다.

물류 산업에 사용되는 AGV(Automatic Guided Vehicles: 무인 반송차)는 자기 테입, QR코드 등, 보조적인 마커를 이용해 정해진 지점 간을 이동한다. 이에 비해 AMR은 경로 생성, 대체 경로 선택, 트래픽 관리 등 보다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의 AGV와 구분된다.

(주)NT로봇은 AMR 방식의 물류운반 로봇 Sbot를 2010년 국내 최초로 사업화하였다. 이전에도 병원에서 의료 검체 등을 운반하는 무인 운반차는 있었으나, 바닥에 매설된 유도선을 따라가는 전자기 유도(inductive guidance)방식이었다. <그림 5>는 Sbot가 자동충전하고 있는 모습과 로봇 상부에 있는 지문인식으로 개폐되는 적재함의 모습이다.

지난 2012년 미국 아마존은 물류 로봇회사 ‘키바시스템즈’를 거액에 인수하면서 물류 운반로봇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고객들의 온라인 주문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상품 배송 로봇도 사업화되고 있다. 6리버시스템즈, 페치로보틱스, 그레이오렌지, 로커스 로보틱스, 넥스트쉬프트 로보틱스, 긱플러스, 인비아 등 스타트업들이 속속 설립되어 AMR 방식의 물류운반 로봇을 사업화하고 있다.

AMR과 로봇 팔 기술을 결합한 제품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아이엠 로보틱스(IAM Robotics)'는 선반에 놓인 물건의 선별 작업까지 수행하는 물류 로봇 ’스위프트(Swift)’를 개발했다(그림 6). 필요로 하는 물품이 있는 선반으로 이동하여 로봇 팔로 원하는 물품을 집어 온다.

미국의 월마트는 선반 스캐닝 로봇을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로봇이 매장을 이동하면서 선반에 놓인 제품의 품절, 가격표나 상품 표시 오류 등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일본 ZMP는 인도를 자율주행할 수 있는 택배 로봇 '캐리로 딜리버리(CarriRo Delivery)'를 발표하고 초밥 배달 택배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AMR이 ‘분명한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구조화되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4. 로봇을 위한 인공지능(AI)

AI의 선구자 ‘앤드류 응(Andrew Ng)’은 미래에는 AI가 산업화 시대의 ‘전기(electricity)’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앞으로 모든 미래 산업은 AI 없이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이다. 로봇 분야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 물류운반 로봇, 휴머노이드, 드론 등에서 AI 연구가 활발하다.

제조업용 로봇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전기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로봇 팔을 사람의 팔처럼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커넥터와 회로기판의 삽입, 부품의 고정 작업 등 정밀 작업을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다. 로봇이 커넥터 등의 대상물에 가해지는 압력을 AI 기술로 제어하며 작업한다. 또한, 미쓰비시전기는 IBM과 공동으로 검사용 AI 로봇을 개발하여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 이 로봇은 자동차 공장 등에서 숙련 노동자들이 육안으로 하던 불량품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로봇은 IBM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이미지 인식 AI와 미쓰비시의 로봇 제어기술을 결합해 개발되었다 (그림 7).

로봇 그리퍼 분야에서도 AI 기술과의 접목이 추진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물건들이 들어있는 박스에서 물건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집을 수 있는 파지 알고리즘이 개발되어 지능적인 ‘픽 앤 플레이스(pick-and-place) 로봇’이 상용화되고 있다. 이 로봇은 박스 안에 흩어져 있는 물건을 집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결정할 수 있으며, 물건을 집은 후에는 물건의 종류를 인식해 다른 박스로 분류할 수 있다. 일본 화낙은 박스에 흩어져 있는 부품 속에서 특정 부품을 집을 수 있는 비정형 피킹 시스템을 개발했다.

AI와 로봇의 결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AI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AI 전문인력을 갖출만한 여건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은 AI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인공지능에 관한 고도의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AI 전문회사에서 개발된 플랫폼을 활용해서 로봇 기술 개발에 응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5. 연재를 끝내며

 로봇기술은 다양한 첨단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오랜 개발역사와 대중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더디게 진화되어 왔다. 금세기에 들어 로봇의 기계기술과 제어기술이 성숙되고 지능화기술, AI기술과 결합되면서 이제 지능 로봇의 실현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생산인력이 부족하고 우수한 제품을 수출해야하는 나라에서 로봇기술과 산업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