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택배는 사람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하지만 그 뒤에는 고된 노동이 숨어 있다. 《까대기》는 일을 하면 하루 만에 도망치게 된다는 전설의 알바,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의 실상을 A부터 Z까지 담은 만화책이다. 만화가를 꿈꾸며 서울로 올라온 주인공 이바다는 택배 알바를 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까대기》는 실제로 6년 동안 택배 일을 하며 만화를 그린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취재와 인터뷰로는 끌어낼 수 없는 택배 노동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녹아 있다. ‘2018 다양성만화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INFORMATION
저자 이종철
장르 만화
페이지 284쪽
출판사 보리
정가 15,000원
<독서후기>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생각을 디자인하는 교사 박수정 / 플라톤 아카데미
작가 이종철은 포항 제철 공단 노동자들, 식당 종업원, 시장 상인들의 삶을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만화를 그리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6년간 지옥의 알바라 불리는 택배 까대기를 하며 그들의 삶을 만화로 옮기게 된다.
코로나 19로 세계적 재앙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제목부터 생소한 만화 한 권을 추천 받았다. “까대기” 지금의 현실을 다 파헤친다는 뜻인가? 만화가 가진 특성답게 글은 간결하게 그림은 빽빽, 쉽게 읽힐 것 같아 책장을 넘겼는데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 왔다.
까대기란 택배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국어사전에는 “가대기”라고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이라고 나온다.
포항 출신 이바다는 만화 작가를 꿈꾸며 오전에는 택배 알바, 오후에는 만화를 그리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에 뛰어 들지만 생활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매달 갚아나가야 할 삶의 무게가 시간에 쫓기고 육신의 고단함으로 인해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다. 똥짐이라 불리는 들지도 못할 만큼 무거운 택배가 어쩌면 우리들의 삶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작가는 주위의 한 인물,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다.
묵묵히 남의 일까지 해주며 자신의 시간을 쓰지만 아버지 같이 힘든 기사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우씨 아저씨, 매일 쏟아지는 택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배달을 해야 하는 택배 기사님들,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추가로 알바까지 해야 하는 사람들, 거대 공룡에 비유되는 대기업의 택배 잠식으로 적어진 수수료를 나눠 가져야 하는 중소 택배업체들, 택배 물류 시스템에서 유통까지 이 만화는 택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우리네 서민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그 속에 묻어있는 따뜻함도 전해 준다.
비 오는 날 힘든 택배 기사님을 위해 따뜻한 꿀차를 준비하시는 할머니, 까대기들의 잠시 쉼을 위해 준비한 믹스 커피를 내미는 손길, 힘든 일상을 막걸리의 힘으로 이겨내지만 그 속에는 정이 있다.
작가는 삶을 버티기라고 한다. “주6일, 하루 12시간, 그렇게 살면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지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근데 그게 아니더라 그렇게 해야 겨우 먹고 살더라. 사람값이 싸도 너무 싼 것 같다. 위태롭기도 하고 몸이 망가지면 끝장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저마다의 벽을 깐다. “함께 벽을 깐다.”고 한다. 이 말은 택배 하차 작업을 하기 위해 많은 짐들의 틈을 파서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먹고 살 걱정을 덜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마다의 삶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살아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은 이 말이 피부로 더욱 다가온다. 코로나 19의 북풍이 전 세계를 덮치고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평범했던 일상이 더욱 그립고 만남이 그립다. 그래도 우리는 이 시기를 잘 버텨야 한다. 함께 불신의 벽을 깨고 질병의 벽을 깨고 상처의 벽들을 깨나갔으면 좋겠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라는 말로 만화를 맺는다. 지금 힘들어 하는 이웃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