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역사를 좋아하고 방송도 즐겨 보던 터라 올해 “한국사능력 검정시험”을 한번 보기로 결 심했다. 여러 유명한 책과 자료 중에 누적 수강생 500만 명, 대한민국 대표 역사 강사, 최태성 이 란 분이 있다. KBS <역사저널 그날> 등 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역사공부의 재미를 전 하고 있는데, 그의 강의는 단편적인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의 본질을 파고들며 균형 잡힌 관점과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역사가 암기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모든 강의의 1강을 ‘역사는 왜 배우는가?’ 라는 화두를 던지며 시작하는데, 이 번에 나온 책에서는 삶이라는 문제에 역사보다 완벽한 해설서는 없다, 라는 주제로 ‘어떻게 살아 야 하는 가?’ 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역사는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역사, 그래서 궁극적으로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역사.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는 말은 결 코 거짓이나 과장이 아니다.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은 한 꼭지 한 꼭지 읽어갈 때 마다 역사의 쓸모를 발견하게 되고, 역사를 공부하면서 만난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는 인생에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역사는 기록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역사는 연도나 사건, 사람 이름을 외워야 하는 학문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참 고통스럽고 재미도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접근법을 바꿔 과거 그 시대 사람 들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그 시대에 나랑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떤 절망 이 있고 어떤 희망이 있었을까? 과거의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해보는 것이다. 고려의 천재라 불리 는 <동국이상국집> 의 이규보는 쉽게 말해 대입 사수생이었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자신의 이름까 지 바꾸면서 도전했고 그때 만든 이름이 이규보이다. 우리가 지금 취업이나 승진, 결혼, 자녀교육, 노후 문제로 고민하듯이 그 시대 사람들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우리만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실 망하고 좌절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더 좋은 세상을 꿈꾸듯 그들에게도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 이 있었을 것이고 그 갈망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지금은 역사를 공부하기 참 좋은 세상이다. 역사에 관한 재미있는 책과 만화, 드라마, 영화가 쏟아 져 나오고 있다. 책을 많이 안 읽는다고 하지만 소설 <칼의 노래>는 100만부가 넘게 팔렸다. 1700 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명량>도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
역사 콘텐츠를 활용하는 범위도 굉장히 넓어졌다. 그냥 사극이 아니라 판타지 사극, 미스터리 사 극으로 상상력이 뻗어나가고 있다. 일례로 2008년에 방영됐던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이정명 작 가의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이름 없는 의병들을 다룬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도 있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도 많지만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역사의 흐름에 몸을 던진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데 그 아무개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였다.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긴 시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그 이야기를 읽다보면 절로 가슴이 뛴다.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좀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고민, 역사의 구경꾼으로 남지 않기 위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역사에는 반전이 가득하다. 고구려는 드넓은 영토와 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던 나라였고, 백제는 일찍이 중앙집권체제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곡창지대에 위치한 덕분에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융성한 나라였다. 두 나라에 비하면 신라는 영토도 작고 발전도 늦었다. 하지만 삼국을 통일한 건 다름 아닌 신라 이다. 가장 힘이 약했던 나라가 어떻게 최후의 승자가 되었을까? 우선, 선덕여왕은 황룡사 9층 목탑을 지어 올리라 고 명령한다. 9층 목탑은 아파트 30층에 달하는 80m 높이이다. 신라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 우리도 강해질 수 있다는 비전을 신라 인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또한 폐쇄적인 골품제 나라에서 김춘추와 김유신 같은 사람을 등용했고, 신라와 이웃하지 않은 당나라와 손을 잡는 다는 새로운 발상도 했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삶의 전부라고 섣불리 결론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끝 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3장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 김 육 : 삶을 던진다는 것의 의미.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육은 쌀로 세금을 내는 제도인 대동법 시행에 온 힘을 쏟은 ‘대동법의 아 버지’ 이다. 공납은 집집마다 부과되는 것이라 누구나 다 내는 것이었다면 대동법은 토지 한 결마다 세금이 매겨져 땅을 가진 사람만 세금을 내게 하는 제도로서 토지가 없거나, 적게 소유하고 있던 일반 백성에게는 감세인 반면 넓은 토지를 소유한 양반 지주에게는 증세였다. 이 법 안이 시행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경기도에서만 시행되던 대동법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데 무려 100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대동법 확산을 위해 인생을 바친 사람이 바로 김육 이다.
· 이회영 : 시대의 과제를 마주하는 자세.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의 명이 다하자 압록강을 넘은 가족이 있었다. 조선 땅에서 둘째가라면 서 러운 명문가였던 삼한갑족, 우당 이회영 일가이다. 삼한갑족이란 대대로 문벌이 높은 집안을 뜻하는 말로 부와 권력이 엄청났으며 몇 대에 걸 쳐 풍족하게 쓸 수 있을 만큼 재산이 많았다. 일제강점기에도 대우를 받으며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회영 일가는 가족회의를 열어 한반도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대의가 있는 곳에서 죽을지언정 구차히 생명을 도모하지 않겠다.’ 면서 국외에 독립운동기지를 건설하여 독립 운동에 이바지한다. 편히 살 수 있는 신분을 버리고, 재산을 바치고, 인생을 내던지며 오로지 독립 하나만을 바라보았던 이회영, 한 번뿐인 인 생, 한 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지 우리도 역사에 무임승차 하지 않아야 하겠다.
· 각자의 삶에는 자신만의 궤적이 필요하다 :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살아낸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세부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그 궤적 은 비슷하다.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어떤 외풍에도 흔들 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던 사람들이다. 과거의 사 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보낸 시간을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역 사를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이다. 그 시간을 들여다보면서 내 앞에 놓인 시간을 어떻게 쓸지 생각할 수 있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 이라고 하는데, 책장을 덮어도 뭉클한 감동은 여전히 남는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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